스마트폰과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만들던 글로벌 테크기업이 차량용 운영체제(OS)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인포테인먼트, 로보택시 서비스까지 '차 내부'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싱크탱크인 HMG경영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샤오펑,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술 외부 판매 추진'을 주제로 샤오펑의 사업 전략을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가 차량 생산으로 축적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외부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식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원은 앞서 '화웨이는 어떻게 중국 자동차 산업을 장악했을까?—경쟁력 원천과 우리의 대응' 보고서를 그룹 내부에 공개하며 차량 내 SDV 생태계 확보가 향후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서는 샤오펑이 SDV 기술의 외부 공급을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폭스바겐(VW)과의 협업으로 입증한 풀스택 기술력과 양산 역량을 바탕으로, SDV 전환이 지연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협력 수요를 공략한다는 분석이다. 중국 업체의 저비용 기술 조달이 확산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사이의 기술 격차가 줄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샤오펑은 차량용 OS,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전자·전기 아키텍처를 자체 개발해 차량 판매에 적용해왔다. 지난해 차량 인도량은 42만9445대로 전년보다 126% 늘었고, 매출은 767억위안으로 88% 증가했다. 직접 차를 팔며 확보한 양산 경험과 주행 데이터를 외부 완성차 업체에 파는 기술 사업의 기반으로 쓰는 셈이다.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도 스마트폰·가전 등 소비자 생활에 맞닿아 있는 솔루션을 기반으로 자동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는 완성차 업체에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과 차량용 OS를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품 기획·판매·서비스까지 결합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가전 생태계를 묶은 자체 전기차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샤오미의 전기차 인도량은 41만1082대로 200% 늘었다.
미국 테크기업의 자동차 산업 진출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있다. 제조 대신 차량의 화면과 두뇌, 운행 서비스로 진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와 차량용 안드로이드 OS를 앞세워 차량 내 지도·앱·음성 서비스 접점을 확대했다. 애플은 2024년 애플카 프로젝트를 중단했지만 카플레이로 아이폰과 차량 화면을 연결 중이다. 엔비디아는 완성차·로보택시 업체에 자율주행 AI 반도체와 플랫폼을 공급해 지난해 자동차 부문에서 2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알파벳의 웨이모는 미국에서 주간 50만건 이상의 유료 무인 탑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자동차산업의 경쟁 범위가 차량 성능과 제조원가를 넘어 소프트웨어·서비스·고객 데이터로 넓어지는 가운데, 테크기업은 완성차 업체의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기술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