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제주의 풍경은 바다에서 오름과 숲으로 이어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 능선과 선선한 공기 속 울창한 숲길은 이 계절 제주를 찾아야 할 또 다른 이유다. 큰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에서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비자림과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여유롭게 걸음을 옮겨보자. 치유의 숲 산책과 따뜻한 온천욕까지 더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쉼에 집중하는 여행이 된다. 서두르지 않고 제주의 가을을 오래 느끼는 것, 이번 여행의 즐거움은 그 여유에 있다.
따라비오름./사진=고문순기자
큰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에서 만나는 가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큰사슴이오름은 가을 산책을 시작하기 좋은 곳이다. 대록산으로도 불리는 이 오름은 사슴을 닮은 지형에서 이름을 얻었다. 정상의 두 봉우리 사이에는 둥근 화구가 자리하고, 사면에는 숲과 풀밭이 어우러져 있다. 가을이면 능선을 따라 억새가 펼쳐져 숲길과 탁 트인 들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오름 앞 유채꽃프라자를 기점으로 가시리의 옛 목축 문화가 깃든 길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억새 풍경을 더 감상하고 싶다면 인근 따라비오름으로 향해보자. 세 개의 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가을에는 은빛 억새 너머로 큰사슴이오름과 풍력발전단지가 펼쳐진다. 분화구 둘레까지 돌아보는 데는 왕복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비자림과 돌문화공원에서 이어가는 산책
오름에서 내려온 뒤에는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으로 향해보자. 500~800년생 비자나무가 자생하는 이곳은 탁 트인 오름과 달리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난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함께 만나고 싶다면 조천읍 제주돌문화공원도 추천한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를 주제로 조성된 공원으로, 돌 문화 전시와 야외 산책로를 통해 화산섬 제주의 자연환경과 생활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차 명상과 치유의 숲에서 늦추는 걸음
제주 동쪽 여행을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성산읍 오조리의 취다선 리조트를 찾아보자. 차와 명상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으로, 오름과 숲을 둘러본 뒤 차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정리하기 좋다. 프로그램 시간과 이용 조건은 방문 전 확인해야 한다.
숲에서의 휴식을 더 즐기고 싶다면 다음 날 서귀포 치유의 숲으로 향해보자. 편백숲과 다양한 탐방로가 조성돼 있으며, 숲의 자연과 문화를 알아보는 해설 탐방도 운영된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므로 미리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온천과 스파에서 마무리하는 여행
여행의 마지막은 따뜻한 온천에서 마무리해보자. 서귀포시 안덕면의 산방산 탄산온천은 실내탕과 노천탕을 갖춰 오름과 숲길을 걸은 뒤 피로를 풀기 좋다. 제주 서남쪽에 위치한 만큼 동쪽 여행과 같은 날보다는 서귀포 치유의 숲을 방문하는 일정과 연계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서귀포시 호근동의 '오레브 핫스프링 앤 스파(O'REVE HOT SPRING & SPA)'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민보양온천으로 지정된 이곳은 온천수를 활용한 바데풀과 키즈풀, 노천탕, 사우나 등을 갖추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오름과 숲에서 시작한 휴식을 해안 풍경 속에서 마무리하기 좋다.
모든 명소를 한 번에 둘러볼 필요는 없다. 첫날에는 가시리의 억새 오름과 동쪽의 숲·명상을, 다음 날에는 서귀포 치유의 숲과 온천을 즐기는 식으로 일정을 나누면 한결 여유롭다. 서남쪽까지 이동한다면 산방산 탄산온천을, 서귀포에서 스파와 온천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오레브 핫스프링 앤 스파를 선택해볼 만하다.
오름에서 온천까지, 이동도 여유롭게
가시리의 오름과 구좌의 숲, 성산의 명상 공간에서 서귀포의 온천까지 둘러보려면 이동 계획도 중요하다.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숙소 위치를 고려해 동쪽과 서귀포 일정을 나누고, 하루 방문지를 줄여 걷고 쉬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좋다.
차량 예약에는 제주여행 공공플랫폼 탐나오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항공, 숙박, 렌터카, 기념품 등 제주여행에 필요한 상품을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차량을 선택할 때는 가격뿐 아니라 편의성 및 보험 보장 범위와 인수·반납 조건도 함께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