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세계는 공급난…한국 정유사들은 수출 8조 '눈앞'

김도균 기자
입력 2026.11.05 05:30 수정 2026.11.05 05:30
윤활기유 수출액/그래픽=이지혜

한국 윤활기유(윤활유의 원료) 수출액이 연간 최대치를 경신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시장의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여기에 완성차업체를 비롯해 기존 중동산 윤활기유를 사용해온 고객사들이 한국산 제품으로 공급처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5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윤활기유 수출액은 잠정치 기준 59억1907만 달러(약 7조9360억원)에 달했다. 2022년 달성한 역대 최대 수출액(51억1457만 달러)을 10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특히 9월 7억9653만 달러, 10월 8억9706만 달러 등 최근 수출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윤활기유 수출액이 70억 달러(약 9조3800억원)를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발 공급망 차질이 수출 호조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카타르 펄GTL, 사우디아라비아 사다라 등 중동 주요 윤활기유 생산기지의 가동에 차질이 빚어졌고 이에 따른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특히 차량용 윤활유의 주요 원료인 고성능(그룹3) 윤활기유의 공급난이 극심한 가운데, 해당 제품의 중동 의존도가 각각 70%, 40%에 달하는 유럽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공급은 줄었지만 수요는 새로운 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첨단 제조업 성장으로 고성능 윤활기유의 신규 수요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한 액침냉각 기술이 확산되면서 윤활기유를 기반으로 한 액침냉각유가 냉각 소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도 감속기와 구동계에 발생하는 높은 마찰과 토크를 견딜 수 있는 고성능 윤활기유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 환경은 한국 정유사들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단일 국가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그룹3 윤활기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계 그룹3 윤활기유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SK엔무브와 에쓰오일(S-OIL)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3분기 SK엔무브는 매출 2조3671억원, 영업이익 1조906억원을 기록하며 46%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에쓰오일 역시 같은 기간 매출 11조9687억원, 영업이익 1조406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윤활 부문에서만 매출 1조5424억원, 영업이익 7427억원을 거둬 48%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한국산 윤활기유의 수출 호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가동이 중단된 생산설비를 복구하고 정상화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주요 수요처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품질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 기존 공급처를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워서다. 한국산 윤활기유를 새롭게 채택한 고객사들이 단기간에 기존 공급업체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공급 계약을 타진하는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으며 기존 고객사들도 장기 계약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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