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밤 소주를 한 잔 담아 '한라산 백록담 케이크'에 붓는다. 생크림이 물을 바로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면 백록담에 물이 고여 있는 것 같다. 한 입 먹기 위해 포크로 푹 찔러준 뒤 살짝 비빈다. 소주가 케이크에 스며든다. 소주를 넣은 케이크? 맛이 이상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호기심에 한 입 먹었다. 소주 맛은 전혀 나지 않았다. 향긋한 유자향과 부드러운 생크림이 조화를 이뤄 달콤했다.
지난달 서울 논현동 일렉트로마트 5층에 문을 연 다이닝포차 '푸른밤살롱'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디저트가 있다. 한라산 백록담 케이크는 푸른밤살롱에서 9000원에 판매된다. 한라산 모양에 '푸른밤' 소주를 상징하는 하늘색을 입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통 케이크와 함께 즐기는 음료로 따뜻한 커피, 차, 우유를 떠올린다. 그런데 백록담 케이크는 소주와 함께 즐긴다.
케이크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개발자가 만들었다. 김창은 신세계푸드 베이커리 팀장은 "소주를 한 잔 마시고 나서 쓴맛이 싫었다. 나뿐 아니라 술집에 가서 보면 사람들이 소주를 마시고 물로 입을 헹궈내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굳이 물로 헹굴 게 아니라 달콤한 케이크로 입가심을 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케이크 개발 단계에서 과일을 이것저것 넣어봤다. 처음부터 제주 한라산을 컨셉트로 잡았기 때문에 특산물인 감귤 등 여러가지를 넣어봤는데 그 중에 유자가 케이크와 가장 잘 맞았다. 김 팀장은 "유자가 제주 특산물이기도 했고 요새 유자맛 소주도 팔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유자청을 배합해보니 가장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빵 시트에 생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유자청을 넣고 다시 빵과 생크림을 얹었다.
처음엔 알코올 함량이 높은 술로 케이크에 불을 피워볼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공간이 다이닝포차이다 보니 혹여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불 대신 물, 소주를 케이크에 붓기로 했다. 김 팀장은 "소주를 넣고 케이크랑 비벼 먹어보자는 생각이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며 "특히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