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고 양 많고, 크면 클수록 좋다"
여름을 앞두고 이른바 '대대(大大)익선' 트렌드가 F&B(식음료) 업계를 강타했다. 양동이 크기 수준까지 등장하며 크기 경쟁은 더 과감해졌고 실용성과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들까지 연이어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던킨은 지난달 약 1.4리터(ℓ) 용량의 초대형 '자이언트 버킷 아메리카노'를 출시했다. 기존 스몰(S) 사이즈 음료보다 약 4배 큰 용량에 손잡이까지 달려 있어 이른바 '양동이 커피'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미국에서 먼저 화제를 모았고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지며 출시로 이어졌다.
자이언트 버킷의 출시 초기 판매량은 기존 음료 신제품보다 7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던킨은 지난해 여름 1리터 용량 '엑스트라 킹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보여 누적 판매량 140만잔을 기록했다. 대용량 음료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아 아예 1.4리터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디카페인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압도적인 크기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이언트 버킷을 인증하는 사진과 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던킨이 자체 집계한 관련 콘텐츠 누적 조회수는 1300만회를 넘었다.

대용량 음료는 점차 확실한 고정 소비층을 위한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3년 7월 887㎖ 용량의 '트렌타' 사이즈를 한정 출시했다가 시장 반응이 좋자 상시 판매 체제로 전환했다. 가장 보편적인 톨사이즈(355㎖) 대비 2.5배 크다. 올해 1~4월에도 트렌타 음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증가했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 속 가성비 소비 또한 대용량 음료에 대한 선호도를 키우고 있다. 최근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5000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오르면서 "이왕이면 더 많이, 더 오래 마실 수 있는 음료를 사겠다"는 소비 심리가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던킨 아이스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는 360㎖ 기준 3900원으로 100㎖당 가격이 약 1100원이지만 자이언트 버킷은 100㎖당 약 800원 수준이다. 친구·동료·가족과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다는 점도 체감 부담을 낮추는 요소로 꼽힌다.
라이프스타일도 변화했다. 장시간 공부하거나 일하는 직장인·학생 수요뿐만 아니라 캠핑과 피크닉 같은 야외활동 시 오래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는 음료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 다시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휴대성과 실용성을 강조한 제품이 눈에 띄는 이유다.

이디야커피는 이런 이동성 수요를 겨냥해 지난 7일 1리터 보틀 음료를 출시했다. 배달·포장 전용 상품으로 전용 보틀과 결착형 뚜껑을 적용해 휴대 편의성을 높였고 여럿이 함께 나눠 마시는 상황까지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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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역시 장시간 음료가 필요한 대표적인 수요인 야구팬들을 겨냥해 '베이스볼 매실 그린 티'를 올해 트렌타 단일 사이즈로 선보였다. 예전엔 '벤티' 사이즈만도 크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젠 1리터 안팎 제품이 일반화되면서 크기에 대한 체감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초대용량 트렌드는 생수 시장으로도 번졌다. 동원F&B는 최근 캠핑과 야외활동 수요를 겨냥해 13리터 대용량 생수 '동원샘물 MEGA'를 출시했다. 캠핑처럼 물 사용량이 많은 환경에서 여러 개의 생수통을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고 냉온수기에도 바로 꽂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용량 음료는 크기 자체가 승부수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상황을 고려한 실용성까지 만족시키는 상품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SNS 인증 문화와 야외활동 수요가 맞물리면서 관련 제품이 더욱 다양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