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모셔라"…조직문화 변화에 사활 건 롯데온

이재은 기자
2021.12.07 15:10

지난 5월 조직문화 개선 담당하는 '조직문화TF' 출범

지난 6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롯데온 사무실에서 맹창주 롯데온 조직문화TF 팀장(왼쪽에서 세번째)이 팀원들과 회의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롯데쇼핑의 통합 e커머스 롯데ON(롯데온)이 조직문화 바꾸기에 사활을 걸었다. e커머스 상품 판매를 위해 데이터 분석·활용이 중요해진 만큼 e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IT 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이들이 유연한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오는 8일부터 IT 개발자 경력직 세자릿수 공개채용을 진행한다. 우수 개발자 확보가 e커머스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롯데온은 △유연근무제 △자기계발지원금 △AWS(아마존웹서비스) 정규교육 지원 등을 내걸었다. 롯데온은 이번 공개채용에 우수 개발자가 다수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이번 경력 공채에 각종 혜택을 제시한 데다가 조직문화가 개발자 친화적인 문화로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우수 인재가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온에는 지난 4월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을 총괄하는 나영호 대표가 취임한 뒤인 지난 5월 조직문화TF(태스크포스)가 설치됐다. 경쟁사에도 조직문화 개선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긴 하지만, 인사·교육 등을 모두 담당하는 조직인 경우가 대다수다. 롯데온의 조직문화TF는 조직문화 개선 업무만 담당한다. 롯데의 기존 기업문화가 경직됐다는 지적이 있던 만큼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글로벌 문화가 자리잡은 이베이코리아 출신인 나 대표는 유연한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한다.

조직문화TF 주도로 현재까지 롯데온에서는 △유연 점심시간 도입 △휴가 자가승인제 도입 △'○○님' 호칭 사용 △대표·임원 수시 온라인 간담회 등이 이뤄졌다.

롯데온 관계자는 "나 대표가 강조하는 게 '성인답게 일하자'인데,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서 직원들은 휴가를 업무와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사용하고, 서로 존중하며 '○○님'으로 부른다"라고 했다. 나 대표는 '영호님' 혹은 '홈즈님'(나 대표의 영어 이름) 등으로 불린다. 올해 대표 또는 부문장 등 임원이 주관하는 온라인 간담회가 약 20회 진행돼 소통도 강화됐다.

또 조직문화TF는 메신저 기반의 협업툴(tool) '슬랙' 도입을 주도했다. 슬랙은 한 채널에 인원 제한 없이 필요한 모든 부서 사람이 협업하는 툴로, 주로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IT업계에서 주로 사용한다. 슬랙은 현재 롯데온 주 소통채널로 자리해 현재 6000개의 채널에서 250만개의 포스트가 생성됐다. 대표적 채널은 '롯데온에서 사고 싶어요', '이런 아이디어 어때요'다. 사원부터 대표까지 전 직원이 슬랙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하니 의사결정 시간이 짧아져 업무 속도도 빨라졌다. 통상 4개월 정도 걸렸던 행사 준비가 지난 10월 진행했던 롯데온세상 행사 때는 3주로 줄었다.

조직문화TF는 내년엔 평가·보상 분야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평가 방식을 '여러 명의 협의 후 평가'로 보다 공정하게 바꾼다. 즉 한 명의 팀원에 대해 기존엔 팀장 1명이 인사평가하고 끝났다면, 내년부터는 협업 중에 만난 여러 명의 팀장이 함께 평가하고 토론 후에 인사평가를 결정한다. 내년부터 전직원에 도입하지만 올해 남은 부문장급 평가부터 이 같은 평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IT업계의 처우 수준에 맞춰 보상도 높인다. 연봉 수준을 업계 수준 혹은 업계 이상으로 높이고, 타운홀미팅 등을 열어 수시로 우수 사원을 포상한다는 계획이다.

맹창주 롯데온 조직문화TF 팀장(42)은 "롯데온의 조직문화가 더 이상 개선할 게 없어져 TF가 사라지는 게 목표"라며 "개발자들은 일명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등 대표 IT기업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롯데온의 조직문화를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우수 인재들이 게임·IT업계로 몰리는 상황에서 e커머스들은 각종 유인책으로 인재 영입에 힘쓰고 있다. 쿠팡은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으로 제시하고, 추가 5000만원을 '사이닝 보너스'로 지급했다. 신세계그룹 통합 e커머스 쓱(SSG)닷컴은 개발자 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했다. 11번가는 신입 개발자 대상으로 하루 8시간씩 총 200시간 온라인 교육을 시행했고, 티몬은 직급 체계에 따른 호칭을 없앤 뒤 영어 이름을 부른다. 위메프는 직급 체계를 폐지하고 구성원 호칭을 '매니저'로 일원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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