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에…왜 '컵 홀더' 쓰세요?"

이재은 기자
2022.01.29 05:00

[이재은의 '똑소리'] 한국 컵 홀더 사용 잦아…재활용 대신 폐기물 처리되는 일 다반사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 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왜 컵 홀더(슬리브·컵 감싸개)를 맨날 안주는거야."

자칭·타칭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 추운 날씨에도 차가운 음료만 고집한다는 뜻)인 한 친구가 카페에서 음료가 나오자 불만을 터뜨렸다. 아이스 커피를 주문해 받았는데, 컵 홀더를 늘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만의 요지였다. 실제 그가 받은 음료엔 홀더가 끼워져있지 않았다.

반면 내가 주문한 음료인 뜨거운 커피에는 컵 홀더가 끼워져 제공됐다. 그는 "손 시려운데 왜 컵 홀더를 안 주냐"며 "모든 사람들이 음료를 받아든 뒤 컵 홀더를 찾아 헤매는데 그냥 처음 줄 때부터 주는 게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실제 적지 않은 프랜차이즈 카페 업체들이 일회용 잔에 차가운 음료를 제공할 때는 컵 홀더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일회용 잔에 뜨거운 음료를 담아 줄 때는 컵 홀더를 잊지 않고 꼭 끼워준다. 이는 화상 위험 때문이다. 컵 홀더를 끼우지 않고 컵을 잡다가 뜨거워서 놓치기라도 한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방침은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유사하다. 과거 호주에 거주했을 당시 한 카페에서 아이스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며 컵 홀더를 요구했더니 "왜 필요하냐?"는 답이 돌아왔다. 비단 프랜차이즈 카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카페에서 아이스 음료를 제공할 때는 컵 홀더 없이 음료를 내놨다.

이에 대해 호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들은 "당연하지 않냐"며 "아이스 음료엔 컵 홀더가 꼭 필요한 게 아닌데 낭비 아닐까?"라고 답했다. 오히려 호주에선 아이스 음료에는 컵 홀더를 사용하지 않는 게 상식으로 통하는 셈이었다. 이후 나 역시 한국에 돌아와서도 아이스 음료를 마실 땐 굳이 컵 홀더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내 친구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가끔 지인들에게 "차가운 음료 마실 때는 굳이 컵 홀더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때?"라고 제안하면 대부분 거절했다. 이유는 다양했는데 컵 홀더 없이는 손이 시리다거나, 컵 홀더를 사용하지 않으면 음료와 외부 온도 차로 겉면에 습기가 차서 불편해진다 등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가, 유독 아이스 음료를 즐겨 마시는 '얼죽아' 인구가 많다보니 컵 홀더 사용량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실제 2018년 현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한국의 1년 커피 원두 소비량(약 15만 톤)은 전 세계 6위, 국민 1인당 커피소비량은 약 353잔으로 세계 평균 소비량인 132잔의 약 2.7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컵 홀더 자체는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컵 홀더 대부분은 골판지로 만들어져있기에 이를 집에 잘 가지고 가서 재활용하면 다시 골판지 등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컵 홀더를 집에 다시 가지고 가 재활용하는 이들이 많지 않고, 길거리 쓰레기통에 대충 버려 일회용 컵은 물론이고 컵 홀더까지 모두 폐기물 처리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연제구 연산로터리 인근에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컵.(연제구 제공)뉴스1

물론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컵 홀더 뿐만 아니라 일회용 컵에도 적용되는 문제다. 하지만 일회용 컵은 사용을 줄이자는 논의가 이어져왔다. 이에 매장서 먹을 때는 매장용 유리잔에 먹거나, 테이크아웃을 해갈 때는 개인용 텀블러를 소지하는 방안이 나름 자리를 잡았다. 연이어 오는 6월부터는 전국 주요 커피 판매점, 패스트푸드점 등 3만8000여개 매장에서 일회용컵 1개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받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시행된다. 즉 일회용 컵을 표준화해 구매시 300원 보증금을 가산해 내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일회용품 낭비를 막기 위해 매우 좋은 제도지만 컵 홀더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걱정이 남는다. 표준 규격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대신 브랜드 차별화를 컵 홀더 등을 사용하는 길은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이다. 즉 컵 홀더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브랜드를 프린트한 컵 홀더를 제공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컵 홀더 사용이 더 잦아질까봐 걱정이 드는 건 괜한 기우일까.

스타벅스의 '키핑 슬리브'를 착용한 모습. /사진 제공 =sck컴퍼니

최근 업계는 디자인적으로도 뛰어난 다회용 컵 홀더를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예컨대 스타벅스는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와 손잡고 지난해 9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제작한 슬리브를 판매했다. 할리스커피는 수년간 '에코슬리브' 캠페인을 진행하며 다회용 컵 홀더를 꾸준히 출시해왔다. 이 같은 상품을 구매해보면 어떨까. 아니면 손수건을 갖고 다니며 컵을 감싸거나, 이미 사용한 컵 홀더를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다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할리스커피가 과거 '에코슬리브 캠페인'의 일환으로 증정한 다회용 컵홀더. /사진=할리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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