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을 추진 중인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지난 5개월간 추진한 M&A(인수합병)가 잇따라 실패하면서 청산(파산)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여권에서 '공공주도 구조조정' 카드가 거론돼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홈플러스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며 "당정이 협력해 유암코(UAMCO·연합자산관리) 등 공적인 구조조정 회사가 불투명한 채무 구조를 조정, 전문 유통경영을 할 회사가 인수에 나서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해 보겠다"고 말했다. 전날 홈플러스 공개입찰 M&A 참여 기업이 전무했단 사실이 알려지자 "MBK와 홈플러스에만 맡겨선 더 이상 해결이 불가능한 단계"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유암코는 국내 6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IBK)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공동 출자한 민간기업 구조조정 전담 기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운용자산(AUM) 규모는 7조4000억원대에 달한다.
유암코는 2013년 워크아웃을 신청한 제지업체 세하를 인수해 6년 만에 한국제지에 매각했고, 이후 STX엔진,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 등도 인수한 뒤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새마을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 참여했고, 동성제약의 스토킹호스(인수 예정자 선정 후 공개입찰) 방식 구조조정도 추진 중이다.
이런 전례를 고려하면 유암코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부실채권 규모를 줄이면서 경영 정상화 구조를 만들면 새로운 입찰자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 채권 평균 이자율이 7~8%대로 높은 편인데, 이를 새로운 펀드가 인수해 정책금융 지원 등으로 이자율을 2~3%대로 낮추면 회사 적자를 대폭 줄일 수 있고, 이런 조건에 구조조정이 뒷받침되면 흑자 전환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만 법원이 홈플러스 직원 2만여명에 대한 '고용 승계'를 인수 조건으로 제시한 건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속적인 부담이 될 것이란 의견도 많다. 그동안 유암코가 인수한 뒤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업체들도 비핵심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무급 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청산 가치를 약 3조7000억원, 계속기업 가치를 약 2조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통상 기업회생은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클 때 실익이 있지만, 법원은 홈플러스의 자산 가치가 약 6조8000억원대에 달하고 2만명의 고용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단 점을 고려해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허가했다. 그러나 6개월째 새주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면서 홈플러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홈플러스 부채 2조9000원대 중 즉시 상환해야 하는 2조5000억~7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담보 차입 2조원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부족분을 현금으로 충당하면 실제 인수자가 투입할 자금은 1조원 이하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홈플러스 M&A는 인수 대금보단 인수 후 지속 경영 조건이 더 중요하단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액은 이번 M&A에서 큰 의미가 없다"며 "대형마트 업황이 침체한 상황에서 영업규제도 지속되고, 직원 수도 워낙 많아 인수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홈플러스 인수 후보군으로 '전문 유통기업'을 지목했지만, 이 역시 현재 조건에선 현실화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앞서 쿠팡, GS, 농협 등 유통 대기업이 홈플러스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앞서 진행한 M&A 입찰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김 원내대표가 공공 주도 M&A 구상을 밝힌 이후에도 홈플러스 인수와 관련해 "특별히 입장이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