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실패한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최근 법원에 제출한 '구조혁신형 기업회생' 방안이 사실상 청산(파산) 절차를 염두에 둔 행보란 비판이 제기된다. 회생안의 골자인 기업형슈퍼마켓(SSM) 분리 매각 외에도 순차적인 폐점을 예고한 대형마트 41개 점포 중 상당수가 임대 점포가 아닌 보유 자산으로 확인됐다.
1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구조혁신형 기업회생안에 포함된 6년간 폐점 예정인 대형마트 점포 41개 중 12곳은 자가 점포로 알려졌다. 그동안 홈플러스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운영비 절감을 위해 임대료 협상이 결렬된 임대 점포 위주로 폐점했는데 이와 동시에 보유 자산까지 처분하겠단 의미다.
노조는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을 살리려는 회생 절차가 아닌 파산 행보란 이유에서다. 노조는 "자가 점포 12개 매각과 익스프레스(SSM) 사업부 매각은 담보채권자 채무를 갚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며 "채권을 갚고 나면 MBK 마음대로 점포를 추가로 매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런 방식은 대형마트 사업의 강점인 '규모의 경제'를 포기한 행보라고 지적한다. 2024년 말 기준 126개였던 홈플러스 매장은 지난해 15곳을 줄였고, 연내 10~15개 매장을 추가로 닫을 예정이다. 6년간 41개 점포가 폐점하면 업계 2위인 롯데마트(112개)의 절반 수준이 된다.
감축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커진다. 매년 800여명 수준인 캐셔 인력 자연 감소분 외에도 사무관리직 등의 대규모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 2만여명 직원 상당수가 실직 위기에 몰린다. 정부와 정치권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3월 전격적인 기업회생을 신청한 MBK가 약속대로 운영자금 등 5000억원대 현금성 지원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에선 현재까지 MBK가 홈플러스에 실제로 투입한 현금 규모는 800억원대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토지 등 자산 가치를 부풀려 부채 비율을 낮추고 인수자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우발 부채' 규모를 축소했단 의혹도 제기된다.
MBK가 추진한 인가 전 M&A도 정부와 정치권의 비판을 피하려는 시간 끌기에 불과했단 비판도 있다. 인수 후보군으로 자본금 잠식 상태거나 유통업과 무관한 중소 업체를 내세운 건 "기업회생에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 쌓기 행보란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 7일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등 경영진 4인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이들에 대한 영장 청구는 곧 회생 절차 전반의 중단과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김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는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한다. 홈플러스 노조는 "이들은 수년 전부터 알짜 점포를 매각해 경영을 부실화했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구속 수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영장 심사 전날인 12일 오전 법원에 경영진 구속 촉구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노조는 "회생의 책임은 MBK가 져야 한다'며 매각 절차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앞서 MBK의 직접 출자 및 무이자 대출, 계속기업 재설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