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에 주요 식품기업들이 결국 줄줄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지난달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제빵업계가 빵값을 낮춘 데 이어, 서민 물가의 척도인 라면과 과자, 식용유 가격도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내려간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날 농심은 라면과 스낵 16종의 출고가를 평균 7.0%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하 대상은 구체적으로 △안성탕면(3종) △육개장라면 △사리곰탕면 △후루룩국수 △후루룩칼국수 △무파마탕면 △감자면 △짜왕 △보글보글부대찌개면 △새우탕면 △쫄병스낵(4종) 등이다. 대표 제품인 안성탕면은 5.3%, 무파마탕면은 7.2% 하향 조정된다.
오뚜기 역시 라면류 출고가를 평균 6.3% 인하한다. 가격 인하 대상은 △진짬뽕 △굴진짬뽕 △크림진짬뽕 △더핫열라면 △마열라면 △짜슐랭 △진짜장 △진쫄면 등 총 8종이다. 주요 라면 제품과 더불어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유 등 유지류 제품도 평균 6%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삼양식품 역시 주력 제품인 '삼양라면' 오리지널 2종(봉지, 용기)의 가격을 평균 14.6% 대폭 낮췄다. 팔도도 라면 19종의 가격을 평균 4.8% 낮춘다. 구체적으로 틈새라면 매운김치는 7.7%, 팔도비빔면 3.9%, 왕뚜껑 2종은 4.6% 인하한다.
제과업계에선 해태제과가 먼저 움직였다. 해태제과는 밀가루 원료 비중이 큰 '계란과자 베베핀'과 '롤리폴리' 등 비스킷 제품 2종 가격을 최대 5.6% 낮춘다.
CJ제일제당은 카놀라유, 포도씨유 등 식용유 관련 제품 2종(총 4개 품목) 제품 가격을 최대 6% 인하했다. 대상 청정원 역시 이날 소비자용 유지류 제품 가격을 최대 5.2%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정원 올리브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등 소비자용(B2C) 제품 3종(총 6 SKU) 가격이 3~5.2% 내려간다.
이번 연쇄 가격 인하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물가 안정 압박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설탕과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 하락분이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당국이 지난달부터 주요 제조사의 가격 담합 의혹을 '정조준'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지속해 온 점도 업계의 결단을 앞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달 26일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제빵업계 역시 밀가루값 인하분을 반영해 빵과 케이크 가격을 최대 1000원 낮추며 물가 인하에 동참했다. 그간 라면·제과업계는 밀가루와 설탕 등 가격이 하락한 원재료가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물류비 등 원가 부담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왔으나, "밀가루 값은 내리는데 제품가는 요지부동"이라는 여론의 뭇매와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란 해석이다.
주요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하를 결정하면서 아직 가격을 유지 중인 다른 업체들로도 인하 압박이 확산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부담을 더는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식용유·라면 생산 업체들이 다음 달 출고분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두 자릿수까지 인하한다고 보고를 받았다"며 "국민의 물가 부담 완화와 민생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변화의 시기에 상품 가격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처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며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준 기업들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