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업계가 저출산으로 인한 우유 소비량 정체와 유럽·미국산 멸균유의 무관세 유입이라는 이중고를 맞으면서 '단백질·해외·프리미엄'을 필두로 한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통적인 신선유 소비 증가를 이끌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 하에 고부가가치 제품과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19일 매일유업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1조8435억원, 영업익 6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 늘었으나 영업익은 14.6% 줄어든 수치다. 매일유업 측은 "발효유와 식물성 음료, 조제분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호조로 매출은 소폭 성장했다"며 "원가·환율 상승과 원유 잉여에 따른 백색우유 손익 악화로 인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다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도 지난해 매출이 1조48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32.7% 감소했다. 빙과류의 핵심 소비층인 아동 인구는 줄어드는데 원재료 가격 상승이 겹쳐 수익성이 악화된 여파로 풀이된다.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남양유업은 경영 정상화 작업과 함께 적자폭을 줄이는 데에 주력한 결과 지난해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매출은 2020년 1조원 밑으로 떨어진 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 9141억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역시 고전 중이다. 서울우유의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급감했으며 299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1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서울우유는 이달 말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체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지만 상반기 흐름을 고려할 때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업계의 실적 흐름은 국내 흰 우유 소비 정체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유 소비 총량은 425만7729톤으로 전년 대비 9.3% 늘면서 반등에 성공했으나 2020년 이후의 감소분을 온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단백질, 에너지 음료 등 음료 카테고리의 선택 폭이 넓어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올해 본격화된 수입 멸균우유의 단계적 관세 철폐의 여파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산 멸균우유는 지난 1월부터, 유럽산은 오는 7월부터 무관세로 전환된다. 당장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내수 침체 등 여파로 언제든 국내산 신선우유의 수요가 저렴한 수입산 제품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업계는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한 돌파구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단백질 음료와 컵커피, 분유 제품을 앞세워 카자흐스탄과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빙그레 또한 기존 메로나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식물성 메로나' 등을 필두로 제품 수출을 강화하며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 전략은 '프리미엄화'와 '타겟 다각화'로 요약된다. 매일유업은 미국 캘리포니아산 아몬드를 활용한 '아몬드 브리즈'와 핀란드산 귀리를 원료로 한 '어메이징 오트',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 등을 필두로 식물성 단백질 음료, 케어푸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오는 5월 건강기능식품 전문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 흡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뉴트리션 사업 경쟁력 강화와 경영 효율성 강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울우유는 저탄소 축산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치 대비 10% 이상 감축한 '저탄소인증우유'를 출시한 바 있다. 친환경 프리미엄 우유를 표방한 이 제품은 최근 판매량이 전월 대비 2배 급증하는 등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