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지갑 닫는데 "오늘이 제일 싸"…한국인 명품 사랑에 LVMH 깜짝

하수민 기자
2026.04.18 08:00
서울 시내 한 샤넬 매장. /사진=뉴시스

#직장인 윤모씨(31)는 최근 샤넬 가방을 1100만원에 장만했다.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망설였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유씨는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을 듣고 나니 미루는 게 오히려 손해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소비이면서 동시에 자산이라는 인식이 구매를 밀어붙였다.

글로벌 명품 시장이 둔화 흐름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은 견조한 소비를 이어가며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 명품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수요 약화 영향으로 성장세가 꺾인 반면 국내 시장은 고가 소비와 외국인 수요를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기업 LVMH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LVMH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91억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환율 영향을 제외해도 증가 폭은 제한적이다. 핵심 사업인 패션·가죽 부문 매출은 92억5000만유로로 2% 감소했다. 해당 부문은 7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회사 측은 중동 지역 분쟁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중동 변수는 전체 매출 성장률을 약 1%포인트 낮춘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도 흐름이 엇갈린다. 미국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했다. 유럽과 일본은 내수 소비가 일부 방어 역할을 했지만 관광객 소비 감소로 성장에는 제약이 있었다. 중동 지역은 3월 이후 분쟁 영향이 반영되며 타격이 컸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는 회복 흐름을 보이며 일부 완충 역할을 했다.

명품 브랜드 2025년 한국 실적/그래픽=김다나

이 같은 글로벌 둔화 속에서도 한국은 다른 흐름을 나타냈다. 세실 카바니스 LVMH 최고재무책임자는 실적 발표에서 한국 시장을 별도로 언급했다. 중동과 유럽, 일본에서 매출이 주춤했지만 한국에서는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글로벌 수요가 약화된 상황에서 한국이 일부 방어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국내 법인 실적은 이를 뒷받침한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8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256억원으로 35.1% 늘었다. 샤넬코리아는 매출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에르메스코리아 역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주요 명품 3사의 국내 법인이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백화점 업계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 백화점 업계는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소비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고가 상품 판매 호조가 업황 방어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월 1708억원에서 2월 1833억원, 3월 1912억원으로 꾸준히 상향 조정됐다. 신세계 역시 같은 기간 1418억원에서 1458억원, 1469억원으로 높아졌다. 현대백화점은 1월 1079억원에서 2월 1010억원, 3월 1009억원으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다만 전반적으로 1000억원대 초반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3사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뤄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흐름 속에서 명품과 주얼리 등 고가 카테고리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면서 "외국인 매출이 빠르게 확대된 점도 실적 방어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