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본 라면보다 탱글"… 도쿄 하라주쿠서 '신라면' 끓이는 日 MZ들

도쿄(일본)=차현아 기자
2026.04.19 12:00

도쿄 '신라면 분식' 가보니…한강라면 기계 앞 북적이는 외국인 관광객
2002년 일본 상륙 후 24년…신라면 넘어 감자면 등으로 저변 확대
'너구리' 제2의 신라면으로 육성…캐릭터·식감 앞세운 투트랙 전략 가속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에 놓인 '한강라면' 기계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만들고 있는 모습./사진=차현아 기자.

지난 15일 일본 도쿄의 트렌드 성지로 불리는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평일 오후임에도 일본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 거리 한복판에 '신라면 분식'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 1층의 한국 디저트 브랜드 '요아정'에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는 여고생들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선 가운데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풍경이 바뀐다. 벽면 가득 채워진 신라면과 너구리 등 농심의 봉지라면, 그리고 서울 한강공원에서나 볼 법한 즉석조리기 4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이곳에서 만난 히토시(19) 군은 동갑내기 여자친구 하나카 양과 함께 '신라면 툼바' 봉지를 각자 집어 들었다. 신라면을 즐겨 먹는다는 그는 "툼바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듣고 와봤다"며 "한국 라면은 일본 라면보다 맵지만 면발이 탱글해 씹는 맛이 좋다"고 말했다. 히토시 군은 익숙하게 봉지를 뜯어 종이 그릇에 스프와 면을 넣어 기계 위에 올린 뒤 조리 버튼을 눌렀다.

한강라면 기계는 이제 'K-푸드'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 됐다. 특히 인스턴트 컵라면 위주의 시장인 일본에서는 봉지라면을 즉석에서 끓여 먹는 방식은 그 자체로 신선한 경험이다. 특히 일본 편의점에는 한국과 같은 취식 공간이 드물다는 점도 이곳 '신라면 분식'이 월평균 1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비결 중 하나다. 일본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한강라면'을 경험하러 이곳을 방문할 정도다. 호주에서 왔다 윌(19)군도 "이날 하라주쿠에 가족들과 왔는데 출출해서 라면이나 먹을까 하고 왔다"고 했다. 그 역시 익숙하게 한강라면 기계에 라면을 올렸다.

신라면 브랜드 및 농심 일본법인 매출 추이/그래픽=김지영

올해는 신라면이 한국 라면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3대 편의점(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 전 점포에 '연중 상시 판매' 형태로 입점한지 11년째를 맞는 해다. 그동안 신라면은 매운맛 라면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신라면 뿐 아니라 너구리, 감자면 등 농심의 다른 제품에도 찾는 이가 늘어날 만큼 소비 저변도 넓어졌다.

이 같은 농심의 현지화 전략은 도쿄에서 약 120km 떨어진 야마나시현의 놀이공원 '후지큐 하이랜드'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 곳 푸드코트에서는 신라면과 너구리를 활용해 만든 일본인이 즐겨먹는 음식을 활용한 컬래버레이션 메뉴를 판매 중이다. 신라면에 땅콩소스를 곁들인 '탄탄멘'과 온센타마고(온천 달걀)를 올린 '신라면 툼바'가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직접 맛본 신라면 탄탄멘은 신라면 특유의 매콤함과 땅콩소스의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가 어우러져 고급식당 면 요리 수준처럼 느껴졌다.

농심은 이제 '너구리'를 제2의 신라면으로 키우기 위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같은 날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에서 개막한 '2026 코리아 엑스포 도쿄'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 농심은 부스 전체를 너구리 테마로 꾸몄다. '신(辛)'자를 포장지 전면에 내세운 강렬한 이미지의 신라면과 달리 너구리는 캐릭터 마케팅이 용이하고 순한 국물과 굵고 탱글한 면발로 우동에 익숙한 일본인의 입맛을 공략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한국에서는 얼큰한 맛과 순한 맛의 판매 비중이 9대 1수준이지만 일본에서는 순한 맛 비중이 30%에 달할 만큼 선호도가 다르다. 엑스포 현장에서 너구리 시식에 참여한 50대 여성 이토 우 씨는 "너구리는 면발이 쫄깃하고 맵기도 입맛에 딱 맞다. 일본 라면보다 맛있다"며 "나중에 또 사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일 농심재팬 성장전략본부장은 "이번 엑스포는 너구리를 신라면의 뒤를 잇는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오프라인 마케팅의 출발점"이라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너구리의 캐릭터와 맛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에서 개막한 '2026 코리아 엑스포 도쿄'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너구리를 시식하고 있는 모습./사진=차현아 기자.
방문객들이 너구리 시식후 남긴 감상평. /사진=차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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