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출 늘어도 더 커졌다…K뷰티 수출, 유통 플랫폼 비중 3배 확대

하수민 기자
2026.04.21 16:21
실리콘투 실리콘투 비중 확대·지역 다변화/그래픽=김지영

K뷰티 수출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산업 내부 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브랜드의 해외 직진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수출 데이터에서는 오히려 유통 플랫폼 비중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성장 경로가 유통 인프라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실리콘투 매출이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분기 2.1%에서 2025년 4분기 7.3%까지 상승했다. 2년 만에 3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시장에서는 이를 수출 구조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최근 K뷰티 브랜드들은 자사몰 강화와 해외 법인 설립을 통해 유통 단계를 줄이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수익성 개선과 브랜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진출 확대 흐름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플랫폼 비중이 커지는 배경으로는 산업 저변 확대가 꼽힌다. 과거에는 일부 히트 브랜드가 수출을 견인했다면 최근에는 인디 브랜드 수가 빠르게 늘어나며 다수 브랜드가 동시에 해외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국가별로 분산된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유통망과 물류 인프라를 갖춘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증권가도 유사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랜드사들이 전략에 따라 실리콘투 의존도를 낮출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신규 인디 브랜드가 꾸준히 등장하고 그중 일부가 라이징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향력 축소를 우려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실적 흐름 역시 시장 확장과 맞물린다. 메리츠증권은 실리콘투의 1분기 연결 매출을 3404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대비 39%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647억원으로 35% 늘어날 것으로 봤다. 특히 유럽 매출이 약 1400억원까지 확대되며 전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시장의 부상도 눈에 띈다. 최근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유럽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영국, 폴란드,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온·오프라인 채널 확대와 함께 취급 브랜드 수와 SKU(상품관리단위)가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다. 실리콘투는 현지에서 부츠 슈퍼드럭 룩판타스틱 등 주요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폴란드 물류센터는 기존 약 900평에서 4000평 규모로 확대됐다. 추가로 2000평 규모 신규 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유럽에서 운영 중인 브랜드 수는 약 50개 수준으로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채널 확대와 SKU 증가 신규 브랜드 입점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추가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아시아와 북미 중남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 메리츠증권은 아시아 매출이 처음으로 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북미 역시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세가 유지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정 지역이 아니라 다수 지역에서 동시 성장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유통업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할인 요인이 적용된다. 반면 플랫폼 기능을 감안하면 기존 유통사 대비 프리미엄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명주 연구원은 "최소한 전통 유통사보다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