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객사들이 성분보다 전달 방식을 먼저 물어요. 어떤 기술이 들어가는지를 더 궁금해합니다."
한국콜마 스킨케어 연구원은 최근 고객사의 관심분야가 달라졌다며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K뷰티 기초 화장품 시장의 경쟁 축이 '성분'에서 '전달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효능 성분이 보편화하면서 피부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콜마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화장품을 제조하는 대표적인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다.
21일 한국콜마에 따르면 리포좀, 나노입자, 엑소좀 등 전달기술 관련 고객사 문의는 최근 꾸준히 증가했다. 개발 의뢰는 2년 전 대비 40% 이상 늘었고, 한국콜마가 제조한 스킨케어 신제품 가운데 약 3분의 1이 전달기술을 전면에 내세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은 전달기술 개발의 중추가 되는 곳이다. 화장품과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연구진이 한 공간에서 융합 연구를 진행한다. 항암제와 주사제 개발에 활용되던 약물전달시스템(DDS)이 화장품 연구로 확장되면서 분야 간 경계가 허물어졌다.
약물전달시스템에서 착안한 리포좀 전달기술은 기술원이 내세우는 대표적 성과다. 리포좀은 인지질과 콜레스테롤 등으로 형성된 구 모양의 미세입자로 세포와 유사한 구조를 갖춘 생체 친화적인 물질이다. 기술원은 유효성분을 리포좀에 담아 피부 장벽 투과 효율을 높인 기술을 연구해 SCI급 국제학술지 'Molecules' 표지 논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 제품에도 적용 중이다. CJ올리브영과 공동 개발한 브링그린 '징크테카 트러블 세럼'이 대표적이다. 화장품 원료로 활용이 까다로운 난용성 성분인 병풀정량추출물(TECA)을 리포좀으로 감싸 피부 흡수 효율을 높였다.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병을 기록했다.
리포좀 외에도 다양한 전달기술이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아누아 '어성초77 히알루론산 수분 진정 토너'에는 엑소좀 기반 전달기술이 적용됐다. 엑소좀은 세포 간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물질로 온도와 산도(pH) 변화에 민감해 화장품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한국콜마는 이를 워터 타입 제형에서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나노 기술을 활용한 제품도 있다. 동국제약 '센텔리안24 마데카크림 타임리버스'에는 '2차 나노화' 기술이 적용됐다. 화장품 유효 성분을 두 차례 나노 크기로 미세화해 입자를 더욱 균일하게 만든 기술이다. 피부 흡수율을 높여 유효 성분이 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설계했다.
화장품 전달기술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는 더마코스메틱 시장과도 맞물린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5.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스킨케어 시장 성장률(2.1%)의 7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도 2025년 479억달러(약 68조원)에서 2032년 949억달러(약 136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콜마는 피부에 미세한 통로를 만들어 유효 성분을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 시술과 달리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유효 성분의 흡수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피부 속 콜라겐 생성을 돕는 스킨부스터 성분인 폴리락틱애시드(PLA)와 보르피린을 활용한 화장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피부과 시술에 활용되던 기술을 일상적인 스킨케어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