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와 이 회사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가(이하 MBK)가 회생안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며 요청한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은 상환 리스크가 매우 높고, 회생계획 폐기 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회생절차 개시 후 채무자의 업무와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DIP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최우선 변제된다. 공익채권은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보다 항상 우선 순위로 설정되며 회생계획의 감축조정 대상이 되지 않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다.
하지만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DIP에 부여한 공익채권 효력이 상실된다. 특히 무담보 신용대출 형태로 제공한 DIP는 해당 기업의 미지급 물품대금 등 일반 상거래채권이나 신용채권과 동일한 우선순위가 없는 채권이 된다. 다른 채권처럼 자산 처분액의 N분의 1로 치열한 회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최악의 경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단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 기간 사용한 DIP는 회생계획 폐지나 파산 결정 시 최우선으로 변제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기업이 파산할 정도면 임금과 세금 체납액만으로 남은 자산이 바닥나기 때문에 DIP도 일반 상거래채권과 마찬가지로 배당을 거의 받지 못하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률 전문가가 많은 MBK는 이를 인지하면서도 홈플러스에 2000억원 DIP 대출 집행 시 회생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이해 관계자들에게 추가적인 자금 손실을 떠넘기려 한단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지난 1일 회생법원에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이 2000억원의 DIP 대출을 승인하면 이 가운데 1000억원을 MBK와 김병주 MBK 회장이 연대보증하겠다"면서 회생계획 가결 기한을 9월 초까지 연장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초 메리츠에 2000억원 DIP 대출 지원 관련 공문을 보냈을 때 '김병주 MBK 회장 연대보증'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법원에 제출한 수정안에 해당 조건을 처음으로 포함한 것이다.
하지만 메리츠는 이 조건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는 그동안 김 회장의 보증을 전제로 DIP 1000억원 대출을 지원하겠단 입장을 밝혀왔다. 이를 초과하는 DIP 대출은 승인할 수 없단 얘기다. 그런데 MBK는 메리츠가 수용할 수 없는 '2000억원 DIP 대출'을 전제로 김 회장의 연대보증을 거론한 것이다.
메리츠 관계자는 "현재 김병주 회장 보증을 전제로 에스크로 계좌에 입금한 DIP 1000억원도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어렵게 결단한 금액"이라며 "2000억원 DIP 대출은 수용 불가한 조건이며, MBK가 정말 홈플러스를 살릴 생각이 있다면 그 이상의 필요 자금은 자체 조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법원이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계획 '폐지'를 결정한 만큼 DIP 채권 상환 리스크가 한층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MBK가 메리츠의 요구 조건을 수용해 1000억원 DIP 자금을 수혈하고, 나머지 금액은 자체 조달하거나 극적으로 새로운 대출처를 찾아야 그나마 법원이 제시한 회생안 폐지 관련 항고 요건을 충족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