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범석 의장 총수 지정 제동...한숨 돌린 쿠팡

유엄식 기자
2026.07.14 16:36

행정소송 최종판결까지 효력 정지...수 년간 현행 체계 유지할 듯
동일인(총수) 지정 제도 실효성 논란...글로벌 스탠다드 역행 규제 지적

김범석 쿠팡Inc 의장. /사진제공=쿠팡Inc

쿠팡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대해 법원이 '효력 정지'로 제동을 걸었다. 이번 결정으로 쿠팡은 행정소송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수 년간 현행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선 과거 국내 기업 지배 구조의 특수성을 반영한 동일인 지정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14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동일인 변경 지정 처분 등 취소'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쿠팡은 지난 5월8일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최종 판결까지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 정지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달 14일 직권으로 이달 15일까지 효력정지를 결정했는데, 이를 최종판결 전까지 지속하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서울고법은 공정위 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신청인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는 것이 소명됐다"며 "(김 의장 총수 지정 효력정지가)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이번 결정에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정위는 쿠팡의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했다. 기업 집단 최상단인 모기업 쿠팡Inc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자연인이 출자하지 않았고, 김 의장의 친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 거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올해 1월 쿠팡 현장 조사 이후 입장을 바꿨다. 김 의장 동생인 김유석씨가 임원급(부사장 대우) 지위와 보수를 받았고, 그가 쿠팡 국내법인 파견 기간 중 800여회가 넘는 내부 회의를 주재한 건 '친족의 계열사 경영' 행위란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쿠팡 측 대리인은 "김유석씨는 물류 효율 개선 담당 전문가일 뿐, 경영 등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았고 결재권이나 투자결정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1일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쿠팡에 총과징금 6,246억 8,100만 원, 과태료 1,680만 원을 부과하고, 쿠팡 플필먼트 서비스의 개인정보처리 위반 등에 대해서는 과징금 2억 4,800만 원 부과 의결했다. 단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내린 과징금 규모로는 역대 최대치로, 한 기업의 여러 위반행위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로도 가장 많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2026.6.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쿠팡 측은 법원 심문에서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으로 미국 주주 집단소송과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증권거래소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경영진 및 대주주 직계 가족 거래관계를 공시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 동일인 지정으로 이중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본인과 배우자, 4촌 이내 친척과 3촌 이내 인척의 계열사 주식 소유 현황, 미국 상장법인 쿠팡Inc의 주요 임원 등 주식 소유 현황을 매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재판부는 "현장점검 이후 처분이 바뀐 근거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며 "김유석씨가 이전에는 경영 참여를 하지 않았다고 보다가 다르게 판단하게 된 새로운 근거를 명확하게 서면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은 제도 시행 40년 만에 처음이었고, 이번 서울고법의 동일인 지정 효력정지 결정도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엔 쿠팡Inc가 자회사 쿠팡을 100% 소유했고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 국내 대기업과 구조가 다른 점, 이사회 구성원이 다른 미국 IT(정보기술) CEO인 점 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동일인 제도의 실효성 논란도 제기될 전망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 체계가 확립되고, 기업의 국적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혈연 위주로 기업 지배구조를 판단하는 동일인 지정 제도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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