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시멘트업계의 원가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업계는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유연탄과 전기요금, 물류비까지 동시에 오를 경우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21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이 다시 제기되면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유연탄과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에너지 가격 변동은 제조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 시멘트 세미나 '2026 Cemtech Asia(셈텍 아시아)'에서도 제기됐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해리 머피 크루즈 세계무역 담당은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확대되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소 130달러에서 최대 16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카타르산 LNG 수출 차질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발전용 연료로 카타르산 LNG 의존도가 높아 LNG 가격 상승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력 소비가 많은 시멘트 생산 공정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연료비 증가에 그치지 않고 △물류비 △보험료 △원자재 조달 비용까지 끌어올려 결국 글로벌 시멘트 가격 상승과 건설 원가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 투자 위축이 심화되면 시멘트 수요가 다시 감소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이미 건설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시멘트 내수는 40여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감소한 가운데 에너지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압박이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등 순환자원 사용을 확대하고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에코발전과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려 원가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고유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변수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순환자원 사용 확대와 에코발전 등을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만이 국내 시멘트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