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 골목마다 줄지어 들어섰던 화장품 로드숍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 매장 대신 CJ올리브영과 다이소, 무신사, 컬리 등 여러 브랜드를 한곳에서 비교할 수 있는 유통 채널로 이동하면서다. K뷰티 브랜드들도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거나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28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화장품 소매점은 3만4546개다. 전년대비 5.6% 감소했고 2021년 3만6975개와 비교하면 6.6% 줄었다. 반면 여러 브랜드가 모여있는 편집숍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리브영 점포 수는 2021년 1265개에서 지난달 기준 1367개로 8% 늘었다.
과거 로드숍 전성기를 이끌던 브랜드의 변화도 뚜렷하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아리따움 가맹점은 2021년 650개에서 지난해 372개로 42.8% 줄었다. 같은 기간 이니스프리는 535개에서 190개로 에뛰드는 113개에서 25개로 각각 64.5%, 77.9% 감소했다.
한때 명동과 대학가의 핵심 상권을 차지했던 브랜드 매장이 이젠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화장품 업종은 도소매업 중 폐점률이 약 16%로 가장 높은 반면 개점률은 4%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대로 5월 기준 화장품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하며 온라인 중심의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소비자들의 쇼핑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본다. 소비자들이 한 매장을 찾기보다 한 공간이나 이커머스에서 여러 브랜드의 가격과 성분, 후기 등을 비교하고 사는 쇼핑 패턴이 일상화됐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관광객 역시 브랜드 매장보다 K뷰티 제품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멀티숍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브랜드들은 판매 채널 역할을 하던 로드숍을 줄이고 온라인과 체험 중심 전략에 집중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보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모레퍼시픽의 플래그십 매장 '아모레 성수'와 '아모레 용산'이다. 헤라, 설화수, 미쟝센 등 주요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았다. 피부 상태를 진단하거나 화장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체험 서비스를 강화했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해 파운데이션, 쿠션, 립 등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는 예약이 상시 마감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모레 성수의 'AI 헤라 커스텀매치' 서비스는 이용자의 80%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K뷰티 체험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에이피알도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의 플래그십 매장을 홍대와 성수에서 운영한다. 뷰티 기기 체험과 피부 진단, 맞춤형 제품 추천 서비를 마련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로드숍은 판매 채널이자 브랜드를 알리는 창구였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멀티숍과 온라인이 대신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모이는 플랫폼 안에서 경쟁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멀티숍 매대를 꾸미고 이커머스 할인 전략을 어떻게 짜는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