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업체들이 해외에서 유통되는 위조품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품에 고유 QR코드를 적용해 정품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한편 인공지능(AI)으로 가품 판매처를 찾아내고 판매자와 유통 경로까지 추적하고 있다. K뷰티의 해외 판매가 확대되면서 위조품 차단 방식도 게시물 삭제에서 사전 인증과 유통망 관리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1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적발한 중국산 위조 화장품에 가히의 대표 제품인 '멀티밤'이 포함됐다. 가히는 정품과 위조품을 소비자가 직접 구분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자 제품에 정품 인증 시스템을 적용하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품 주의 안내를 하고 있다.
멀티밤 패키지 윗면의 QR코드를 인식하면 정품 인증 페이지로 연결된다. 인증 과정에서 화면에 제시되는 번호와 제품에 표시된 번호가 일치해야 정품으로 인정된다. QR코드와 번호의 외형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제품마다 부여된 고유 코드값이 달라 복제된 QR코드만으로는 인증할 수 없는 방식이다. 같은 QR코드가 서로 다른 기기에서 일정 횟수 이상 인식될 경우에는 이상 사용으로 판단해 경고 메시지도 표시한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가품을 사후에 찾아내는 방식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들의 관리 방식도 달라졌다. 에이피알은 2024년부터 AI 기반 모니터링 전문업체와 협업해 국내외 오픈마켓의 제품 이미지와 판매 정보를 분석한다. 가품이 의심되는 판매처를 찾은 뒤 판매 게시물 등 증거를 확보하고 실제 판매·유통 정황을 확인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에도 제품별 고유 QR코드를 적용해 소비자가 구매 후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가품을 반복적으로 유통하는 판매자와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업체도 있다. 조선미녀와 티르티르 등을 보유한 구다이글로벌은 이커머스와 SNS, C2C 플랫폼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위조품 판매 계정과 관련 정보를 축적한다. 게시물이 삭제된 뒤 판매자가 계정을 바꿔 다시 판매하는 경우가 있어 동일 판매자나 유사 판매자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문 조사기관을 통한 테스트 구매와 제품 분석도 병행한다. 위조품 여부를 확인한 뒤 판매자 정보와 유통 경로를 추적해 반복적으로 가품을 유통하는 판매자에 대해서는 플랫폼 계정 제재를 요청하고 현지 법적 조치도 검토한다. 한국 세관을 대상으로 정기 교육을 진행하고 해외에서도 국가별 세관과 협력하는 등 유통 단계에서 가품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도 병행한다.
가품 판매자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도 적극적이다. 가히는 지난해 10월 미국 월마트와 이베이 등에서 위조품을 판매한 업체 40여 곳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37곳의 판매자 계정과 판매대금 계좌를 동결했다. 손해배상을 명하는 승소 판결을 받아 배상금 회수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위조품 판매업체 12곳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K뷰티 브랜드의 해외 판매 채널이 많아지면서 가품 유통도 특정 국가나 플랫폼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며 "판매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반복 유통을 막기 어려워 정품 인증과 온라인 모니터링, 판매자 정보 관리 등을 함께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