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신선 끝판왕", "가족 놀이터"....이마트가 바꾼 몽골 유통판

울란바타르(몽골)=유엄식 기자
입력 2026.11.08 06:00 수정 2026.11.08 06:00

[2026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 이마트

[편집자주] K브랜드 제품이 전 세계인의 일상을 파고 들었다. 우리 소비재 기업의 목표는 수출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거점에 공장을 짓고, 혁신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지인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특화 제품을 선보인다. 현지화 노력도 병행한다.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다. 해외 진출(K브랜드 1.0)을 통해 사업을 확장(K브랜드 2.0)하고, 이제 현지 생태계와 결합 단계로 진입한 'K브랜드 3.0'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격전지에서 치열한 생존 전략을 펼치는 우리 기업들의 활약상을 짚어본다.
몽골 이마트 항울점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계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엄식 기자

"이마트에서 파는 고기와 야채는 아주 신선합니다. 집이 근처라서 매일 와요."

지난달 26일 오후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 동남부 지역에 입점한 이마트 항울점에서 만난 현지 주민 아융 지메크씨(62)는 몽골 현지에서 도축한 냉장 양고기, 쇠고기, 돼지고기가 진열된 축산 매대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었다. 바로 옆 냉동고에는 중국과 러시아서 수입한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있었지만, 이날 매장을 찾은 현지인 고객들은 신선도가 우수한 냉장 고기류에 관심을 보였다. 현지인 앙하씨(53)도 "이마트는 상품 종류가 많고 고기 품질도 믿을 수 있다"고 했다.

윤영길 이마트 해외사업담당 팀장은 "몽골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냉장 육류 가격은 냉동류 위주인 재래시장보다 15% 이상 비싸지만 특유의 신선도를 원하는 많은 고객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오후 5시경쯤엔 가족과 함께 먹을 저녁거리 장보기에 나선 고객이 몰리면서 매장이 더 분주해졌다. 고객이 끄는 카트엔 신선식품과 치킨 등 즉석조리식품이 담겨 있었고, 매장 내 K푸드 존에선 떡볶이와 김밥을 즐기는 현지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 출구 앞 23곳의 계산대에선 점원이 고객이 구입한 제품의 바코드를 쉴 틈 없이 찍고 있었다. 항울점에 비치된 3만6000여개 상품군(SKU) 중 한국 상품은 10% 정도지만, 수입산 제품도 겉면엔 대부분 한글이 적혀 있어 마치 국내 매장에 온 느낌이었다.

2019년 9월 몽골 이마트 3호점으로 문을 연 항울점은 영업면적 3800평으로 몽골 내에서 가장 크고, 연 매출도 약 1000억원으로 가장 높다.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국내 매장 기준으로도 중상위권 수준이라는 게 윤 팀장의 설명이다. 항울구가 최근 수년간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고급 주거시설, 대형 쇼핑몰 등이 집중적으로 들어서며 울란바타르 신흥 부촌으로 거듭난 게 매출 실적으로 이어졌다.

진출 10년을 맞은 이마트는 '유통 불모지' 몽골의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장보기는 물론 가전제품, 뷰티, 의류 등 여러 상품을 한곳에서 살 수 있고, 프랜차이즈 외식 브랜드와 키즈카페 등 가족 휴게공간까지 갖춘 '복합쇼핑몰' 모델을 몽골에서 처음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몽골 이마트 항울점 신선식품 매대 전경. /사진=유엄식 기자

몽골 마트업계 매출 1위는 현지 업체 노민(NOMIN)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와 점포당 매출은 이마트가 압도한다. 노민은 60여개 매장에서 5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이마트는 6개 점포에서 3500억원대 매출을 거뒀다.

올해 1~10월 이마트 항울점 방문 고객은 월평균 16만명으로 집계됐다. 평일엔 하루 4000명~5000명, 주말엔 7000명~8000명가량 방문한다. 후렐촐룸 몽골 항울점 점장은 "고객들이 이마트에 방문하면 사고 싶은 상품을 다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매대 진열을 꼼꼼히 관리하고 있다"며 "신선식품 품질 차별화에 주력해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젠 경쟁사들이 이마트를 벤치마킹한다. 최근 노민과 유럽 유통사 까르푸가 신규 출점한 점포도 이마트의 복합쇼핑몰 형태로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경쟁 점포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최근 가장 주목하는 것은 매장 내 동선이다. 2층 생활용품 매장부터 입장하게 해서 1층 신선식품 매장으로 이어지는 원웨이 동선을 없애고 국내처럼 매장 푸드마켓 특화 점포로 탈바꿈하거나 앵커 테넌트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몽골에서도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초저가 공산품 시장을 잠식한 상황에서 고객에게 생활용품을 코너를 의무적(?)으로 거치게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유통망이 열악한 현지 상황을 고려해 적정 재고율을 유지하는 전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충성고객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수입산은 물론 몽골 현지 제조사 상품도 적정 '리드타임'(Lead Time, 주문부터 최종 수령 또는 판매 준비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다. 윤 팀장은 "현지 유통망을 확장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이어갈 운영 전략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마트 항울점 전경. /사진=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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