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린 지난 5일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단지로 들어서자 칼각의 크고 높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농심의 첫 수출전문공장인 녹산공장이다. 높이만 아파트 11층 규모다.
공장 안에선 신라면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공정을 볼 수 있었다. 밀가루와 배합수를 섞은 반죽이 롤러를 거쳐 얇은 면대로 펴지는 모습이 보였다. 약 105도의 고온 스팀으로 쪄진 면발은 1인분씩 잘려 동그란 틀에 담겼다. 기름에 튀긴 후 식힌 면은 스프와 함께 빠르게 포장돼 소비자를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연면적 4만8178㎡(약 1만4574평) 규모로, 봉지면 2개와 용기면 1개 등 고속 3개 라인에서 연간 5억개의 라면을 만든다. 기존 부산·구미공장의 수출 물량(연 7억개)에 이를 더하면 농심의 국내 수출 공급능력은 연 12억개로 늘어난다. 미국·중국 현지 공장(17억개)과 내수용 생산량(33억개)을 합친 총 생산능력은 연 최대 62억개다. 농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10명 중 7명에게 라면 1개씩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 생산력의 핵심은 분당 생산능력이다. 봉지면 라인은 분당 600개, 용기면 라인은 분당 500개를 생산하며 하루 최대 생산량은 178만개다. 전윤열 녹산공장장은 "구미공장 고속라인은 분당 500개 기준인데 이곳은 600개로 20% 많다"고 설명했다.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이어지는 라인 길이는 180m로, 원료가 완제품이 되기까지 약 20분이 걸린다.
다품종 대응력과 AI(인공지능) 기반 자동화도 강점이다. 수출 국가가 바뀌면 레시피와 면 굵기, 포장지, 소비기한 표기, 박스까지 모두 교체해야 한다. 기존 공장에서 2시간 안팎 걸리던 이 작업은 녹산에선 30분이면 끝난다. 버튼 한번 누르면 포장지부터 설비 부품을 한 번에 바꿀 수 있게 한 덕분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통해 작업 지시가 내려오면 생산관리시스템(PMS)과 연동돼 설비가 자동으로 세팅되는 구조다.
또 AI 진동센서는 고장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자율주행로봇(AMR)은 포장재 등 자재를 실어 나른다. 포장 불량이나 소비기한 오기는 AI 딥러닝 검사 시스템이 걸러낸다.
농심이 수출전문공장을 지은 건 매년 늘어나는 글로벌 시장의 K라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중국 물량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그 밖의 국가로 가는 물량은 국내에서 만들어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생산한 라면은 일본, 호주, 대만, 인도 순으로 많이 나간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해외에서 주문이 들어와도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웠다"며 "신공장 가동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녹산 수출전문공장을 발판으로 2030년 매출 7조3000억원,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40.2%다. 간판 제품 신라면은 이미 상반기 매출 9134억원 가운데 71%(6513억원)를 해외에서 거뒀다. 농심은 이르면 내년 1분기 안에 신라면 브랜드의 새로운 볶음 타입 신제품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조용철 농심 대표는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농심 글로벌 사업의 핵심 심장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