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교육정책에 불신을 갖지 않도록 수능 오류를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영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언론과의 만남에서 수없이 되뇌었던 말이다. 그러나 그의 다짐은 허언이 됐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출제오류가 2건이나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사에서는 답이 2개인 문항이, 과학탐구 물리Ⅱ에선 답 없는 문항이 나오면서 평가원의 공신력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수능이 첫 도입된 1994년 이후 평가원이 출제오류를 공식 인정한 것은 2004학년도, 2008학년도, 2010학년도, 2014학년도, 2015학년도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현 정부 들어서만 세 차례나 발생했다.
김 평가원장은 출제 오류가 반복된 데 대해 사과한 뒤 교육부와 협의해 수능 출제·검토 시스템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위원회를 만들고 개선방안을 발표하길 반복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직전 출제오류가 발생했던 2015학년도 수능 이후에도 출제위원장과 동등한 위치의 검토위원장 직을 만들고 영역별 출제위원·검토위원을 늘리며 출제·검토 과정에서 교사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출제오류 반복은 막지 못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검토위원장 자리까지 신설하고도 오류가 나온 것에 대해 평가원의 출제·검토 시스템에 고장이 났거나 위원들과 평가원이 너무 안이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제오류에 따른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험생·학부모의 혼란과 피해는 막대한 데 수능 한 달이 다 지나도록 책임지는 사람도, 진정성 있는 반성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에 나섰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이른바 '국정농단' 시국에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돈다.
관행처럼 반복되는 출제오류를 막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위해 수능 출제시스템을 포함한 입시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수능은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 대체하고 통합적 사고능력을 측정키 위해 미국의 학업적성검사(SAT)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시행된 지 벌써 사반세기가 가까워온다. 수능은 5지 선다형 객관식으로 출제된다. 그 동안 출제방식과 문항이 정형화되면서 타당성 있고 변별력 있는 검사도구로서 한계상황에 다다랐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새로운 시대 미래 인재들에게 필요한 창의력과 상상력·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선 새 모델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입시제도의 개선방안을 연구할 수 있는 독립기구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지난 주말 거리에서 만난 한 고교생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열심히 노력하고 땀 흘린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 잘하지 못해도, 경쟁에서 뒤쳐졌어도 존중받는 사회에 대한 답을 찾으러 나왔다"라며 8차 촛불집회 참가이유를 설명했다. 교육·입시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가 대답해줘야 할 차례인데,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에만 힘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