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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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거대한 구조물이 올라섰다. 도심 교통은 통제됐고, 경찰과 안전요원이 대거 배치됐다. 역사 공간을 왜 이런 무대에 내주느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시민의 광장을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쓰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전세계 중계를 앞두고 서울이 들썩였다. 최근 BTS(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공연 얘기가 아니다. 17년 전인 2009년 12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 때 장면이다. 그해 광화문광장에는 높이 34m, 길이 100m의 스노보드 점프대가 세워졌다. 당시엔 "왜 하필 광화문이냐"는 반발이 컸다. 역사 공간 훼손 우려가 나왔고,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에선 서울시의 과시성 행사, 세금을 낭비하는 '정치적 이벤트'라는 비아냥도 뒤따랐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회는 전세계 170여개국에 중계됐고, 사흘간 26만여명이 찾았다. 첫 시도는 많은 우려와 비판이 따른다. 광화문을 세계가 보는 무대로 시험한 첫 장면도 그랬다. 그 한 번의 장면이 다음 장면을 불렀고, 그다음이 또 다음을 불러냈다.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는 잠들지 않는다. 터미널을 가득 채운 여행객의 설렘과 물류 창고를 누비는 지게차의 소음은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가장 역동적인 증거다. 반대로 대합실의 적막을 견뎌야만 하는 지방공항의 풍경은 우리가 풀어야 할 해묵은 숙제다. 최근 공론화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통폐합론은 '양극화된 공항 생태계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통폐합론의 명분은 간단하다. 알짜 공기업인 인천공항의 수익으로 지방공항의 적자를 메우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 거대 국책 사업의 재원 조달 부담을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자원과 인력을 하나로 모아 국가 전체의 항공 인프라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다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공룡 공기업의 탄생이 반드시 운영 효율이나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영국은 1987년 런던의 허브 공항인 히스로국제공항과 개트윅공항, 스탠스테드공항, 사우스엔드공항, 글래스고공항 등 5개 주요 공항을 통합했다. 당시 히스로는 영국 공항 전체 수익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흑자 상태였고 개트윅 등 나머지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전형적인 지방공항이었다.
"시장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립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분명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코스닥 시장을 1부(우량 혁신기업)와 2부(스케일업 기업)로 나누는 구조 개편 방안이 이날 제시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복상장 금지와 일반주주 보호가 병행되면 코스피 1만 포인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기대가 담겼다. 그러나 정책이 언제나 기대대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강한 힘으로 내리친다면 상대는 큰 충격을 받는다. 다만 그 힘은 결코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같은 크기의 반대 방향 힘이 반드시 되돌아온다. 모든 힘은 균형을 향해 움직인다. 이 단순한 자연과학의 원리는 사회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특히 정부 정책은 선의로 설계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반작용을 낳기 쉽다.
"몰상식이라거나 무개념이라는 게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질문이 남죠. 그 청년은 대체 왜 그런 말을 했냐는 거요. " 대전 공장 화재 사고에 대해 취업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두고 기자와 얘기를 나누던 한 여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한 말이다. 이 안타까운 사고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자 한 청년이 취준생(취업준비생)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이번 화재 사망자 자리는 언제 채용할까요. 고인이 되신 분들은 안타깝지만 취준생으로서 궁금하네요. " 실제로 채용 시점이 궁금했는지, 아니면 소위 '어그로'(부정적 관심)를 끌려고 조작한 글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될 말을 했다는, 공감 능력 붕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저 질문은 분명 선을 넘었다. 하지만 무개념이라고 마냥 비난하기엔 한 가지 궁금증이 너무 분명하게 남는다. 왜 청년들이 인간다운 사고조차 사치인 시대를 살게 된 걸까.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고용률(15~29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43.
3월은 바이오기업에 두려운 시기다. 감사 및 사업보고서 공시와 맞물려 생존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특히 적자 상태의 바이오는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란 관문도 넘어야 한다. 해마다 법차손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바이오가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브릿지바이오가 대표적 사례다. 법차손 때문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미국 헤지펀드 파라택시스에 인수되며 살아남았다. 글로벌 임상 2상까지 완료한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의 꿈은 멀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이 자본의 50%를 초과한 상장 기업을 관리종목(기술특례상장 기업은 3년 유예)으로 지정한다. 최근 만난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결산을 했더니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49%더라"며 "간신히 살았다"고 웃지 못할 농담을 했다. 바이오에 법차손은 눈엣가시다. 신약 개발의 특성상 당장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린다. 개발 과정에서 임상 비용 등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검찰은 집중된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부패했고, 권력의 시녀를 자처했다. 급기야 정치세력화해 내란 세력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며 국민을 배신했다. 이제 검찰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겠다. "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인 공소청법을 상정하면서 제정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정인을 겨냥한 표적 수사나 정권 핵심 인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 등으로 국민을 배신한 검찰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랜 기간 검찰의 행태를 지켜본 국민들의 시선도 아마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의 막강한 권력은 수사 지휘·수행의 수사권에 더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소속인 공소청,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검찰개혁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오는 10월이 되면 중수청이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 외환·사이버범죄 등을 수사하는 수사하고, 공소청은 수사권 없이 기소만 맡게 된다.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검찰청법이 제정된 이후 78년 만에 검찰청이 영욕의 역사를 뒤로한 채 간판을 내리는 셈이다.
"이달부터 국내 주식형 ETF(상장지수펀드)가 쏟아져나올 거예요. 올해 들어 2개월 동안 못 내놓고 쌓여 있는 상품이 많거든요. "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은 상품준비를 모두 마쳤지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상장심사를 하는 감독기관의 인사가 진행되면서 실무절차가 늦어졌다"며 올해 ETF 신규 상장이 부진한 이유를 설명했다. 순자산 400조원에 육박하며 명실상부 국민 재테크 수단이 된 ETF지만 올 들어 지난달까지 신규 상장이 급감했다. 지난해 11월, 12월 각각 15개, 16개의 상장이 이뤄졌지만 지난달 상장한 상품 수는 6개에 그쳤다. 1월에도 10개 ETF만 새로 상장했다. 예년에도 인사철인 1월에 상장심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코스피지수가 5000에서 6000선까지 오른 역대급 랠리를 놓친 셈이어서 ETF 운용사들의 아쉬움이 컸다. 시장흐름이나 투자자 수요에 따라 새롭고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야 함에도 상장심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하고 절차가 길어지면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토로다.
6년 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선임된 그에게 예산과 관련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추가경정 예산안이 화두였다. 설명은 명료했고, 구체적이었다. 인터뷰 내내 눈길을 끈 건 의원실 벽에 걸려 있던 사진 한 장이었다. 파인텍 고공농성을 다룬 사진으로, 굴뚝 위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박 의원은 파인텍 노사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고, 중재는 성공했다. 노동자들은 426일 만에 굴뚝에서 내려왔다. 그걸 잊지 않기 위해 걸어둔 사진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후 예결위 간사와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이런 이력이 쌓여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됐다. 박 후보자는 지난 3일 첫 출근길에서 "지방 골목골목까지 재정이 따뜻한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발언에서 예결위 간사의 모습과 굴뚝 사진이 겹쳐 보였다. 박 후보자는 오는 23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통상 인사청문회를 앞둔 부처는 예민해진다.
방탄소년단(BTS) 복귀 공연을 앞두고 서울이 들썩이고 있다. 21일 광화문광장~서울시청 구간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은 최대 26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 티켓 보유자만 2만2000명이다.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생중계된다. 무대 위 주인공은 BTS지만, 무대 밖에서는 서울의 숙박·교통·안전·관광 시스템, 나아가 'K문화자산'이 함께 시험대에 오른다. BTS의 복귀 파급력은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자주 비교된다. BTS는 이번 복귀 무대를 시작으로 이후 총 23개국 34개 도시에서 82회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BTS의 월드투어 모객은 최대 600만명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스위프트의 2024년 '에라스 투어'가 기록한 모객 최고 기록(574만명)을 웃도는 수치다. 도시와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로 받아들여진다. 스위프트는 공연 경제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영국 런던시는 스위프트의 웸블리 스타디움 8회 공연 경제효과를 3억파운드(약 5950억원)로 봤고, 토론토는 6회 공연의 총 경제효과를 2억8200만 캐나다달러(약 3072억원)로 추산했다.
"기술로 정치를 바꾼다. " 일본 정치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안노 다카히로 대표가 지난해 '팀 미라이(Team Mirai)'라는 정당을 출범하면서 선언한 말이다. 안노 대표는 1990년생 AI(인공지능) 엔지니어이자 스타트업 창업가, SF 작가다. 세습 정치가 낯설지 않은 일본 정계에서 정치권 밖 개발자의 창당 소식은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안노의 팀 미라이는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치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국회 법안을 쉽게 설명하는 AI 서비스, 허위 정보를 검증하는 AI 팩트체커 등을 직접 개발해 활용했다. 유권자의 질문에 24시간 답하는 'AI 안노'는 유권자와 팀 미라이를 이어주는 훌륭한 가교가 됐다. 선거운동 역시 유세차 대신 온라인 방송 중심으로 진행했다. 안노의 실험은 일본 정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팀 미라이는 381만표를 얻어 비례대표 11석을 확보했다. 원내 제6당에 올라선 것이다. 일본 야당 중 지지율 1위라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금융지주회사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해외 의결권 자문 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안건분석 권고가 새삼 주목 받았다. "부패한 이너써클"(이재명 대통령) 논란에도 금융지주 이사회가 현 회장들의 연임 안건을 주총에 올렸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ISS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의 연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회장과 이사회가 작당해 6년, 9년씩 해먹고 있어 주주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게 정부의 시각인데 정작 ISS는 주주들에게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라고 권고했으니 아이러니하다. ISS는 금융지주 주총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60~80%)이 절대적이고 외국인 주주들은 ISS의 권고를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SS의 파워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예고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덕분이다. 정부는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할 경우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고, 3연임시 4분의3 이상 찬성표를 얻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최근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나갔다. 10㎞ 코스였다. 달리다 보니 여러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기록을 노리며 빠르게 치고 나가는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지인과 대화를 나누며 여유 있게 페이스를 맞추는 이들도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는 가족도 보였고, 앞이 보이지 않는 참가자와 호흡을 맞추며 함께 달리는 동반자도 있었다. 초보인 연인의 보폭에 맞춰 격려를 건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마라톤을 뛰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 10㎞ 코스를 달리지만 사람마다 상황도 목표도 다르다는 것이다. 기록을 노리는 사람도 있고 완주 자체가 목표인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방식이 자연스럽게 존중받는다. 나 역시 기록보다는 건강하게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 10㎞를 한 시간 이내에 완주했다. 기록을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의외의 성과에 기분 좋게 마라톤을 마무리했다. 이 장면을 떠올리다 보니 집 문제가 겹쳐 보였다. 평생 한 번 살까 말까 한 집에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