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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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럽을 덮친 조기 폭염의 기세가 매섭다.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 곳곳에서 기온이 40도를 넘나들면서 전력 수요 급증과 산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휴교령이 내려지고 인명 피해도 잇따른다. 지구 반대편 태평양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세계 기상당국들은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 바닷물이 평년보다 따뜻해지면서 전 세계 강수량과 기온 패턴을 바꾸는 현상이다. 지역에 따라 가뭄과 폭우, 폭염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기후 변화가 더 이상 날씨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시장과 중앙은행들이 주목하는 것은 기후와 물가의 관계다. 과거에는 전쟁이나 팬데믹, 유가 급등이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제는 폭염과 가뭄, 홍수 같은 이상기후도 물가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원리는 단순하다. 폭염은 농작물 생산량을 줄이고 가뭄은 수자원을 고갈시킨다. 홍수는 생산시설과 물류 거점을 침수시켜 공급망을 교란한다. 생산이 감소하고 운송 비용이 늘어나면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한국에 '의료관광' 온 외국인 환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 숫자는 201만1822명으로 전년 대비 71. 9% 급증했다. 이 중 63%인 131만명이 피부과 환자였다. 피부 탄력을 개선하는 '리프팅' 등의 시술을 받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K-뷰티' 열풍과 함께 '미용 대국'의 지위가 공고해진 셈이다. 국내외 수요에 힘입어 한국 미용 의료기기 시장은 성장세다. 한국IR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미용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2020년 1000억원을 돌파하며 2014~2020년 연평균 성장률 19. 7%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5년 5억3041만달러(약 8202억원)였던 시장이 2031년에는 8억3863만달러(약 1조2970억원)로 2026년부터 연평균 8. 11% 성장할 전망이다. 그만큼 이용자가 많고 앞으로도 늘어날 거란 얘기다. 그런데 의료소비자인 환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은 사실상 없다. 리프팅 등 시술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희가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저희에게 청탁을 하지 우리가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2017년 12월, 서울고법 법정에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같이 단언했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곤욕을 치르던 중 평택 반도체 공장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느냐는 특검 측의 '황당한' 질문에 참다못해 그간의 억울함을 쏟아낸 듯 보였다. 기업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공장을 건립하는데 발목을 잡는 규제와 까다로운 절차가 많다는 반도체업계의 하소연은 이어지고 있다. 안팎에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보다는 빠릅니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반면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는 중국은 반도체 투자에 필사적이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공장을 지을 때 경험한 사례들은 아직도 회자된다. 중국 당국은 전담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모든 인허가 절차를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땅을 파다가 수천년전 고대 유물이 나왔는데도 옮겨버리고 공사를 계속했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다.
세계경제를 100일 넘게 불확실성의 늪으로 몰아넣었던 중동 전쟁이 종전 절차에 들어가면서 꽉 막혔던 글로벌 공급망에도 숨통이 트였다.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후 본격적인 협상이 개시되자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로 급락했다. 하지만 안도하기엔 이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말대로 눈앞의 '파고'는 낮아졌을지언정 수면 아래 '암초'가 사라진 건 아니어서다. 실제 국제유가가 70달러로 내렸다고 해도 지정학적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에 국제유가엔 20달러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앞으로도 문제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벌인 전쟁 비용과 리스크를 전세계 국가들이 나눠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청구서는 이미 날아들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에는 3000억달러(약 460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이 명시됐다. 미국은 전세계 기업들이 출자하는 돈으로 기금 재원을 마련하겠단 구상이다. 이미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나라의 기업들이 출자를 약속했단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동맹국들에 참전을 줄곧 요구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번엔 '종전 비용 청구서'를 내민 격이다.
6·3 지방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부진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실선거 논란과 여권 내 계파 갈등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이슈였던 부동산 정책도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정치권에선 830만 서울 유권자의 선택에 대한 복기도 한창이다.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지지세가 확연했다. 부동산 표심이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부동산 포모(FOMO·기회 상실 공포)에 빠진 젊은 층의 반감이 여권의 패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부동산 민심의 일단이 드러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7월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보유세 인상을 시사했다. 한국의 보유세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데다 코스피 급등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역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이전 진보 정권의 부동산 실패를 되풀이하는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기업들은 정부를 가급적 멀리한다. 정부 정책이 기본적으로 '규제'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식품업계 간담회는 이례적이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소집령'을 내려 회의가 열린적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기업들이 먼저 정부에 만나자고 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회의엔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측 인사와 CJ제일제당과 농심, 대상 등 국내 대표 K푸드 기업 20여개 관계자들이 모였다. 기업인들은 한목소리로 "중동전쟁 여파로 고유가, 고환율, 물류비 상승 등 '3중고'에 내수 부진까지 겹쳐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원가 상승 요인을 기업의 희생만으로 상쇄하는 분위기를 제발 없애달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정부의 가격통제가 심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기업인들이 비명을 지른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부가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는 기업의 현실을 외면한채 억누르기식 가격 통제에만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적자를 견디지 못하는 기업은 쓰러지고, 경영이 힘들어진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이끄는 메타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2028년까지 투입하기로 한 돈은 6000억달러다. 한화로는 약 90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대한민국 올해 국가예산인 728조원 보다 많은 돈이 빅테크 회사 한 곳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비용으로 쓰이는 것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xAI, 아마존, 오픈AI 등 유력 빅테크들의 프로젝트에 미국 외 유럽·아시아 지역의 투자까지 모두 합친다면, '조' 단위가 아닌 '경' 단위의 베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허언이 아니다. 최근 미국 테네시·앨라배마·조지아 3개주를 방문했을 때 미국 곳곳에 일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건너편에 끝없이 펼쳐진 부지가 바로 메타의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곳이라고 들었다. 실제로 일부 중장비들이 기초 작업을 시작하려는 모습이 보였고, 테네시주 멤피스에서도 일론 머스크의 xAI가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진행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원래 고교학점제를 구상할 때 학부모의 역할도 명기하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최소성취기준에 미달하면 학부모도 자녀가 성실히 학업에 임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였죠. 하지만 결국 학부모는 빠지고 교사만 책임지게 됐습니다. 학부모는 정치적으로 표가 되기 때문에 심기를 건드리기 어려운 거죠. " 한 교육계 인사는 정부가 점점 '학부모가 불편한 이야기'를 하기 힘들어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올바른 부모 역할'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사례는 여럿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경계선 지능 등이라도 학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올해부터 시행된 학생맞춤통합지원법에서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긴급지원이 가능하도록 초안이 마련됐지만 '부모의 친권 침해 우려'에 입법 과정에서 삭제됐다. 매년 약 2만5000건이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경우 가해자가 부모인 비율은 84%(2024년 기준)로 압도적으로 높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한해 30명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부모수당, 아동수당 등을 수급하는 보호자에게 성장 단계별 양육정보를 제공하는 부모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권고'에 그친다.
이제 출시 한 달이 지난 5세대 실손의료보험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싸늘하다. 보험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6세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하소연이 나온다. 실손 적자를 떠안고 있는 손해보험사 입장에선 이정도론 안된다는 것이다. 실손에서 가장 적자 규모가 큰 곳은 현대해상으로 증권가는 지난해 실손에서만 약 5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 적자규모를 줄이기 위해선 손해율이 높은 1·2세대 가입자의 5세대 전환이 중요한데 이미 손보업계 내부에서도 기대가 크지 않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만이다. 5세대 실손에선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처럼 서민들이 가볍게 이용하던 비중증 비급여 항목이 보장에서 제외되거나 축소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료는 이전처럼 꼬박꼬박 내는데 보장은 적어진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 적자를 키워온 주범으론 소수 가입자의 '의료쇼핑'이 꼽힌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일 수 있고, 더욱이 병원에서 소비자에게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장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향후 10년간 재생에너지 공급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공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30년까지 태양광 중심으로 설비를 증설한 뒤 이후 5년간 해상풍력 보급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청사진을 뜯어보면 핵심 목표간 충돌이 발견된다. 정부는 '신속한 보급 확대'와 '획기적인 비용 저감'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서 계획에 "비용 인하가 보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고 명시했다. 비용 인하를 보급 가속화의 선결 조건으로 바라보는 인식으로 읽힌다. 하지만 시장 형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분야에서는 인과관계가 반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1기가와트(GW) 기준 수조원의 자본과 광범위한 제조업 공급망이 필수적인 해상풍력에서 더욱 그렇다. 일정 규모의 발전단지 건설이 확정돼야 공급망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짓는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렇게 풍력단지 인근에 대규모 생산시설이 들어서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공급망 비용이 줄고, 발전단가도 낮아진다.
서울 시민들이 다시 오세훈 서울시장을 선택했다. 사상 첫 5선 시장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민선 9기 서울시정의 출발은 절대 가볍지 않다. '부실 선거' 논란까지 겹치면서 공공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새 시정의 첫 과제는 행정 전반에 쌓인 불신부터 걷어내는 일이 돼야 한다. 시민의 신뢰를 흔든 것은 선거 과정만이 아니었다. 삼성역 GTX-A 구간 철근 누락 논란은 대형 인프라 전반에 대한 불안을 다시 키웠다. 또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는 구조물이 붕괴해 작업자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도심 공사장의 안전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낸 사고였다. 그뿐이 아니다. 한강을 오가던 유람선이 멈춰 시민들이 갇히고, 서울 곳곳에서 '땅꺼짐'(싱크홀)도 반복된다. 시민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당선 직후 삼성역 GTX-A 철근 누락 논란과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문제를 먼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서울시청 출근길에서 "가장 먼저 챙길 일은 삼성역 철근 누락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심지에 위치한 종로구 광장시장은 외국인의 필수 관광 코스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김밥, 떡볶이, 순대, 튀김 등 K푸드를 맛보려는 외국인으로 북적인다. 이곳에선 최근 유통업계 변화의 바람을 상징하는 흥미로운 움직임이 나타난다. 시장 상인회에서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에 입점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주력 상품이 1000원이고, 최고가 5000원을 책정한 다이소는 그동안 대형마트와 함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 규제가 생겼고, 다이소를 비롯한 대형 유통 브랜드는 전통시장 인근에 신규 점포를 출점하는 게 녹록지 않았다. 전통시장 상인회가 먼저 다이소에 입점 '러브콜'을 보낸 건 그래서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다이소가 전통시장의 영업권을 침해하기보다 많은 고객을 시장으로 불러올 수 있는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핵심 점포)'로 인식되는 현실을 방증한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구매 수요가 옮겨가면서 전통시장과 오프라인 매장에 기반한 대형 유통채널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생존 파트너'로 관계가 재정립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