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이라면 ‘해시태그’(#)가 낯설지 않을 겁니다. # 기호 뒤에 특정 단어를 쓰면 해당 단어(키워드)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도입된 기능이죠. SNS 초기에 등장한 해시태그는 특정 주제의 정보를 묶거나 캠페인을 알리는 메타데이터로 활용됐는데, 이젠 구체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놀이 역할로 확대됐습니다. ‘#화가난다화가나’ ‘#누구없소’(페이스북 담벼락 인용) 같은 식이라 재미있는 해시태그가 자주 눈에 띕니다.
지난해 하반기 ‘커뮤니케이션 이론’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해시태그 주제로 논의한 적이 있는데, 당시 참여자들은 SNS에서 해시태그가 미디어 의제설정이나 직접 민주주의 구현 방법으로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죠. 돌이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되는 전 과정에서 해시태그가 ‘사회 운동’ 수준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_최순실’ 기억나세요?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 특혜 및 부정 입학이 알려진 후 그들의 해외도피가 알려지자 SNS에서 최순실의 소재파악과 조사에 정치권과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요구를 담은 의제가 설정된 것이죠. 이때 까지만 해도 국정 논단 의혹 중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소 빗겨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두 번째는 더 강력해집니다. 그해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PC 실체’ 보도 이후라고 생각되는데요, 해시태그가 바뀝니다. 대통령의 담화문과 언론의 추가 보도 등이 상호 영향을 미치며 ‘#내가이럴려고’ 식의 조롱으로 이어지더니 본질로 들어갑니다. ‘#박근혜하야’ ‘#박근혜퇴진’ ‘#박근혜탄핵’ ‘#박근혜체포(구속)’ ‘#새누리당해체’.
해시태그가 미디어와 정치권을 압박하는 영향력으로 본격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해시태그 운동은 그 이후 ‘#힘내라_특검’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은 탄핵 됐습니다. 그리고 오는 5월 9일 새 대통령을 뽑습니다. 유력 주자들은 저마다 선거운동에 돌입한 거나 마찬가지고, SNS 활용도 어느 때보다 활발합니다.
문제는 그 긍정의 해시태그가 거짓 정보, 가짜뉴스와 결합하면서 최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안이지만, 최근 ‘#문단_내_성폭력’에서 참고할만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문단_내_성폭력은 주제가 주는 부담감 때문에 일부 여성들만 관심 있는 페미니즘 운동의 하나로 축소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운동으로 실존 문인 여럿이 구속되고 퇴출당하는 등 문단이 요동쳤고, 아직도 그 싸움이 이어지고 있으니 #문단_내_성폭력은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는 사회 운동입니다.
하지만 해시태그를 이용해 성폭력 고발을 한 이가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사례가 나왔습니다. 재판까지 가서 무죄 판결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검찰은 이번 사안을 기소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본 것입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즉 명예훼손이 성립된다는 얘기입니다.
당사자는 반성문을 쓰고 기소를 면했습니다만, 피해자는 당사자가 추가로 올린 글이 사이버 명예훼손에 해당했는지 검토하면서 민사 소송을 준비한다는 입장입니다. 피해자도 많은 것을 잃었기에 쉽게 용서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한 건이 문단 내 성폭행 근절 운동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되지만, 해시태그 운동이 불러온 참사라는 점에서 정보를 유통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데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SNS는 21세기식 직접민주주의의 부활을 도와준 일등공신이라고 할 만합니다. 다만, 그 열린 민주주의 광장에서 거짓을 구별하고 몰아내는 집단 지성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그 광장은 큰 상처를 남기고 폐쇄될 것도 분명합니다.
검찰은 17일 ‘선거사범 전담반’을 만들면서 언론보도처럼 꾸민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하다가 적발되면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법당국이 손을 쓸 땐 이미 늦을 겁니다. 그 파급 속도가 어지간해야 말이죠.
의도한 거짓 정보 유포는 물론 무분별한 추종습관으로 합리적 의심 따윈 잊은 채 무조건 퍼 나르는 행위가 옳지 않음은 모두가 압니다. 이번 '촛불 혁명'을 경험한 2016-2017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사이버 광장에서 사이비 뉴스와 개별 싸움도 포기해선 안 될 겁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책임과 의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