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이 을의 생존권을 위협했다[우보세]

을이 을의 생존권을 위협했다[우보세]

유엄식 기자
2026.05.06 05: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과 화물연대 간 갈등이 격화되며 물류 배송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27일 서울 시내의 한 CU 편의점에서 CU가맹점주연합회 회원 점주가 항의 피켓을 붙이고 있다. 2026.04.27.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과 화물연대 간 갈등이 격화되며 물류 배송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27일 서울 시내의 한 CU 편의점에서 CU가맹점주연합회 회원 점주가 항의 피켓을 붙이고 있다. 2026.04.27. [email protected] /사진=조성우

"화물연대 기사가 보낸 물품은 계속 보이콧하겠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와 BGF로지스가 단체합의서에 조인한 지난달 30일, 김미연 CU가맹점주협의회장은 "화물연대가 아무런 상관없는 제3자(가맹점주)에게 손해를 끼친 만큼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체 CU 운송 기사 중 화물연대 가입자 수는 7%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파업 기간 가맹점이 입은 손실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초 편의점 CU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안성·나주·진주 거점 물류센터 3곳의 출입구를 틀어막았다. 지난달 17일부터는 삼각김밥 등 간편식을 만드는 충북 진천 BGF푸드 공장 진출입로까지 차단했다. 물류 원청사(BGF로지스)의 처우가 불합리하단 이유에서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스스로 하청 노동자이자 '을'이라고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섰지만 이들의 행태는 명백한 불법이었다. 민간 사업장의 물류센터 진출입로를 막아 세우는 것부터 경찰의 통제를 무시하고 대체 물류를 수행하는 용차를 무력으로 저지하는 일련의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넘어선 폭력 시위였다.

화물연대는 본사의 갑질을 지적하며 개선책을 요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같은 '을'의 처지인 소상공인 가맹점주의 피해는 철저하게 외면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파업 기간 BGF리테일 본사와 가맹점주가 입은 손실은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화물연대는 본사가 입은 피해에 대해선 민형사상 피해 청구하지 않기로 약속받았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입은 손실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일말의 사과나 유감 표명조차 없다.

본사에 받은 '면죄부'를 가맹점주에게도 내밀려는 심산인지 본사에 가맹점주 손실까지 떠안으라고 종용하는 것인지 알 순 없지만 이번엔 두 가지 모두 통하진 않을 것 같다. 민형사상 면책권은 '본사가 입은 피해'로 한정돼 있고 점주협의회는 화물연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비롯한 각종 소송전을 추진할 계획이어서다.

이번 사태는 물류 의존도가 높은 유통 업계에 큰 숙제를 남겼다. 이해 집단이 의도적으로 물류 마비를 일으켰을 때 본사는 물론 관련 협력사나 가맹점 등이 입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상 운영 매뉴얼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불법 점거와 업무 방해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화물연대가 이번 사태를 '성공 사례'로 오판해 또 다른 유통사를 찾아 물류센터부터 봉쇄하지 말란 법이 없다.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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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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