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중국 황산과 태산, 호주 태즈메이니아 야생지대, 네팔 카트만두 계곡, 베트남 짱안 경관단지, 그리스 아토스산, 페루 마추픽추 지구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유산 중 복합유산이다. 문화유산의 가치와 자연유산의 가치를 동시에 지닌 인류의 자산이다. 유네스코는 보존가치가 큰 세계유산, 기록유산, 무형유산을 지정, 등재하는데 세계유산은 다시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뉜다. 현재 문화유산은 850개, 자연유산은 213개인데 비해 복합유산은 41개에 불과하다. 문화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복합유산은 그만큼 희귀하고 소중하다.
그러면 문화의 반대말은 뭘까. 야만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의외로 답은 자연이다. 자연이란 원래 주어진 그대로의 본성이고 여기에 인간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문화다. 철학자 칸트는 기독교 관점에서 문화를 논했다. 선악과를 따먹은 건 원죄지만 스스로의 결정이고 따라서 문화는 인간 자유의지의 실현이라는 것이다. 선악과를 따먹지 않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인간의 문화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문화해석도 재미있다. 그는 날것을 그대로 먹는 건 자연이고, 익히고 양념하고 요리하는 건 문화로 구분했다.
다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돌아가자. 왜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을 구분했을까. 문화와 자연은 꼭 대조적이어야 할까. 자연유산은 천혜의 자연미, 해양지질적 특징, 동식물 생태계의 다양성 등이 뛰어난 유산이고, 문화유산은 인간의 창의성, 인류의 가치, 역사적 흔적 등을 간직한 유산이다. 우리나라도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수원화성 등 13개 문화유산을 보유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자연유산이고 2021년에는 한국 갯벌이 새로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아직 복합유산은 없다.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이 살 수 없고, 인간이 살 수 없으면 아무리 위대한 문화라도 의미가 없다.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유산을 보존하는 게 더더욱 중요하다. 산업화는 자연을 망가뜨렸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다. 천혜의 자연유산과 이전 세대에게 물려받은 문화유산은 인류 공동의 유산이다. 후손에게 물려주고 인류의 터전인 자연을 보존하는 것은 인류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이 절대 필요한 때다.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복합유산에서 그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중국 태산은 그림 같은 절경을 지녔고 중국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성지며 중국 역사와 함께한 성산이다. 7000개의 계단이 있지만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페루 마추픽추는 해발 2400m의 험준한 산맥의 정상에 만들어진 잉카제국 요새도시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며 태고의 신비를 간직했다. 복합유산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 곳이다. 그곳에서 자연은 자연대로 본래 모습을 지키고 인간은 자연에 스며들어 문화를 이루며 살았다. 인간이 자연 속에 살면서도 자연을 해지지 않으려면 고도의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험산 속 7000개 계단, 산맥 정상의 요새도시는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려는 의지와 기술의 산물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기술은 자연을 훼손하면서 조금씩 멀어졌지만 이제 다시 자연에 다가서야 한다. 해치지 않고 자연에 다가가는 방법을 첨단과학기술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지구 생태환경을 이해하는 과학이 필요하고 자연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메타버스 같은 첨단디지털 기술은 직접 가보지 않고도 가상공간에서 생생하게 세계유산을 간접체험하게 해줄 것이다. 과학기술은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고,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게 해주는 매개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