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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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한국경제를 설명하는 적절한 용어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를 들 수 있다. 선진국이 먼저 개발한 기술을 빨리 수용해 고품질·저비용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산업 등의 성공은 이런 전략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 방식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과기부 등 부처 업무보고에서 "AI는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증기기관과 전기를 발명한 것에 준하는 문명사적 전환이며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될 결정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AI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늘의 혁신이 내일이면 오픈소스가 되고, 기술 우위도 고작 몇 달 정도 유지될 뿐이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따라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느냐'다.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국정 비전으로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오래전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기술과 조직의 우위를 뜻하는 초격차 개념을 제시했다.
K 콘텐츠도 그렇지만 K 팝은 묘한 입지에 있다. K 팝은 영국의 브리티시 팝처럼 한 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함의한다. 하지만, K 팝의 창작과 유통은 국가와는 본래 관계가 없는데 민간 시장 기업 영역이다. K 팝과 그 영향력은 각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들의 콘텐츠와 문화 상품 경제의 비즈니스에서 비롯한다. 다만, 한국의 경제 현상과 밀접한 연동 관계에 있다. K 팝의 인기는 한국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헤일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다른 경제 상품의 소비 진작과 한국 방문 관광 효과까지 낳으니 한국 정부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적 민간기업의 시장 영역이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공성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수단을 통한 정책 효과로 K 팝의 확장과 성장을 더 이끌 수 있다면 국가적인 포지티브 효과가 크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발족한 이유는 이러한 배경에서 생각해 볼 때 긍정적이다. K 팝을 위시로 한 K 콘텐츠의 해외 확장성을 위해 민관 콜라보의 공공성 정책을 추진하니 말이다.
2003년 여름. 파리 특파원 부임을 준비하면서 프랑스 뉴스를 관심있게 들여다보던 도중 40도가 넘는 이례적 폭염 소식을 접했다. 당시 CNN 앵커는 유럽기상도가 그려진 화면 위에서 각국의 최고기온을 전하면서 이 엄청난 폭염은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 유입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례적 폭염의 결과는 참혹했다. 프랑스에서만 1만5000여명이 숨졌다. 주로 거동이 불편해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고 홀로 사는 노인들이었다. 2026년 여름. 다시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유럽을 덮쳤다. 이번에는 '오메가 열돔'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사하라 사막에서 유럽으로 올라온 열풍을 그리스 문자 '오메가(Ω)' 형태의 기압 배치가 거대한 솥뚜껑처럼 가둬 유럽 대륙을 달구고 있다는 것이다. 6월말 불과 1주일만에 27개국에서 1만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해 유럽 폭염이 2003년 폭염과 차이가 있다면, 한달 이상 빠른 6월말에 시작됐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폭염은 '숨 막히는 밤 더위(sweltering nighttime heat)'가 나타날 가능성이 2003년에 비해 약 100배나 높다고 한다(WWA).
최근 인공지능을 둘러싼 경쟁은 성능을 넘어 주권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미국 정부의 앤트로픽 최상위급 AI 모델인 미토스 5와 페이블 5에 대한 수출통제다. 2026년 6월 미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앤트로픽은 해당 서비스를 즉각 중단했다. 비록 통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끝났지만 해외 이용자들은 미국 정부의 일방적 결정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소버린 AI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더라도 위기 상황에서 상대국 정부가 킬 스위치를 작동시켜 접근을 일방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이를 과연 자국의 AI 역량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검색과 문서작성 도구를 넘어 국방, 금융, 행정,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는 상황이 되었을 때 접근권의 중단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국가 기능의 차질이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연합이 디지털주권 정책을 강화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유럽 간 갈등은 관세와 통상을 넘어 기술의 개발·통제권을 누가 보유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한 수행자가 조주(중국 당나라 때 승려) 스님에게 묻기를 '스님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니 조주 스님은 '無(없을 무)'라 했다. 그때부터 조주 스님의 無자 화두가 시작되었다. 어째서 무라 했는가? 無자 화두는 수행자들이 많이 들고 있는 화두다. 유무의 무가 아니고, 있기도 없기도 한 것도 아니라며 생각의 뿌리를 잘라낸다. 불성은 스스로 갖추고 있는 성품이고 그 성품은 空(빌 공)하다. 그것은 마음 작용의 실상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마음은 무엇일까? 개는 마음이 있을까? 두려움, 즐거움, 친근함, 싫음, 귀찮음, 고마움, 복종, 거부 등 흔히 보이는 개의 감정 표현이다. 개에게 마음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개 말고도 조금 더 단순한 감정을 표현하는 생명은 너무 많다. 식물도 자신에게 위협이나 피해를 준 개체가 가까이 오면 민감한 반응을 한다. 마음은 생명체가 생존을 이어오며 발전시킨 뇌와 몸의 작용이다. 그렇다면 단세포 생물부터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어느 수준부터 마음이 있다고 해야 할까? 이 질문을 인간에 국한하면 우리는 자궁에 착상한 배아를 몇주부터 마음이 있는 생명체라고 해야 할까? 자궁 속에서는 단세포에서부터 초기 인간으로까지 수십억 년의 진화가 십개월간 이뤄진다.
챗GPT가 사용자들의 얼굴을 만화 캐릭터로 바꿔주며 대중화의 포문을 연지 일 년 남짓, AI(인공지능) 이미징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엉성한 오류로 놀림당하던 것은 옛말이 되고, 이제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깜빡 속을 정도로 정교한 AI 영상들이 늘어난다. 얼마 전 극장을 찾았는데 본영화 시작 전에 상영되는 광고의 상당수가 AI 영상이었다. 화면 아래 작은 글씨로 "AI로 생성한 영상입니다"라는 고지가 없었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SNS와 숏폼 플랫폼에도 국적을 알 수 없는 AI 영상물들이 쏟아진다. 재미있는 밈(meme)부터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까지 그 성격도 목적도 다양하지만,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익숙한데 자연스럽지는 않고, 단순한데 통일성은 없는 것 같다. 특히 AI 배우는 같은 인물인가 싶다가도 장면마다 미세하게 인상이 달라지고, 눈매나 표정에서 발생하는 묘한 이질감 때문에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스페인의 거장 부뉴엘 감독은 영화 '욕망의 모호한 대상'(1977)에서 한 명의 여주인공을 전혀 닮지 않은 두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는 독특한 실험을 감행한 적이 있다.
매년 6월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세계 슈퍼컴퓨터 분야 최대 행사인 ISC(International Supercomputing Conference)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발표되는 TOP500 순위는 AI와 반도체, 국방과 우주, 신약개발, 기후예측까지 국가의 미래 기술 역량을 보여주는 '기술 패권의 성적표'다. 올해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중국이 9년 만에 다시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도 아직 달성하지 못한 2엑사플롭스(ExaFLOPS) 성능은 초당 약 200경 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초거대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은 물론 핵융합 연구, 신약개발, 디지털 트윈, 기후변화 예측, 첨단 무기체계와 우주항공 기술까지 모두 이러한 계산 능력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이제 슈퍼컴퓨터는 연구시설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인프라가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수출 규제 속에서도 이러한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미국은 첨단 GPU와 AI 반도체, HBM, 첨단 제조장비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의 AI 경쟁력을 늦추려 했다.
"우리 국민들은 저보다 축구를 더 잘 알아요. " 이강인 선수는 우리 축구대표팀 공식파트너인 KT의 광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은 "5천만 국민 전부가 축구 전문가인 나라"라는 것이다. 실로 대학 입시와 정치, 그리고 축구에 관해서라면 박사급 국민이 즐비한 대한민국이다. K-축구혁신위원회가 국가로 치면 헌법 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5천만 명 축구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장기판 훈수를 두고 싶지 않으랴. 최고 관심사는 차기 축구협회장 선출이다. '축구 대통령'의 첫째 조건은 외교력이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을 유치해야 우승 가능성이 있다. 1930~2026년 23회 중 개최국 우승이 6번이다. 준우승 2번, 3위 2번, 4위 2번이다. 개최국은 12번에 걸쳐 최소 4강에 올랐다. 월드컵 유치는 정치적 상상력과 기업가정신의 합작품이다. 정몽준(MJ) 전 축구협회장(FIFA 부회장)은 일본을 지지하던 FIFA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방식으로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를 따냈다. 'FIFA 권력투쟁' 또는 '차기 대권을 내다본 세력전'을 통해 비주류였던 국가들을 우리편으로 묶어낸 것이었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 세계는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바둑판 위에서 압도적이었던 AI도 현실에서는 컵 하나를 제대로 집지 못하고 문 하나도 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피지컬 AI의 기술혁신에 가속도가 붙으며 AI가 물리세계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금 세계가 '피지컬 AI(Physical AI)'에 주목하고, 과기정통부가 국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피지컬 AI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핵심 축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성형 AI는 인공지능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정보 검색과 문장 생성을 넘어 인간의 의도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이제 AI는 또 한 번의 거대한 도약을 앞두고 있다. 모니터 속 화면에서 사고하던 AI가 현실 세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며 직접 행동하는 피지컬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즉, AI가 '생각하는 존재'에서 '행동하는 존재'로 진화하는 것이다.
퇴직금을 운용하여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요즘 한국 주식시장은 아주 민감한 관심사이다.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를 찍었던 코스피는 한 달도 안 돼 6000선까지 밀렸고, 7월 14일 코스닥은 장중 749까지 밀리며 현 정부 출범일 지수마저 밑돌았다. 시장이 급락하자 범인 찾기가 한창이다. 유력한 용의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행태이다. 먼저 레버리지 ETF를 보자. 이 용의자는 지수 하락의 원인이라기보다 증폭기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본질가치에 수렴한다. 이번 조정의 근본 원인은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글로벌 반도체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꺾인 데 있고,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과 유가 급등이 겹쳤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조정을 업황 훼손이 아닌 유동성발 포지션 청산으로 진단했고,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89조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증폭기의 죄가 가볍지는 않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주가가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숏-감마(Short Gamma) 구조여서, 하락장에서 기계적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을 만든다.
인공지능이 의사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을까. 의사 없이 인공지능이 독립적으로 진료하고 진단하며 처방하는 것은, 자율주행 기술이 궁극적으로 인간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 5'를 지향하는 것처럼, 의료 인공지능이 언젠가 도달하려는 종착점일 것이다.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맞이할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미 현실에서 의사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의료 행위를 수행하는 인공지능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닥트로닉이다. 2026년 1월 미국 유타주는 이 회사의 인공지능이 '의사 없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의 약물 처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했다. 물론 논란도 뒤따랐다. 유타주 의료 면허 위원회는 처방 갱신에도 용량 조정이나 부작용 모니터링 같은 실질적 임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곧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사례일 뿐, 자율 의료 인공지능이라는 물꼬는 이미 터진 셈이다.
AI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청년의 첫 일자리와 첫 경력이 동시에 줄어들고 있다. 초급 업무는 자동화되고, 기업은 즉시 전력인 경력자를 더 선호한다. 청년은 경력이 없어 취업하지 못하고, 취업하지 못해 경력을 쌓지 못한다. 첫 일자리는 소득뿐 아니라 일을 배우고 관계를 만들며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변화는 더 심각하다. 최근 '쉬었음' 청년과 장기 미취업 청년이 늘어나는 이유도 개인의 의지 부족만은 아니다. 기회를 얻지 못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감과 관계망이 약해지고 다시 도전할 힘도 줄어든다. 청년기의 공백은 오래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다양한 청년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단기 교육, 인턴십, 현금지원 등이 서로 분절돼 있어 한 사람의 성장경로로 이어지지 못한다. 생계 불안, 진로 혼란, 경험 부족, 사회적 고립이 함께 얽혀 있는데 정책은 한 가지 증상만 떼어 지원한다. 청년정책은 이제 부족한 것을 사후에 보완하는 방식에서 성장의 시간과 경험을 사전에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