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억9000만달러.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농수산식품 수출 금액 중 1위인 김 수출 금액이다. 1964년 우리나라가 총수출액 1억달러를 달성했을 때 국가적으로 성대한 기념식을 거행했는데 이젠 김 단일 품종으로 7배 가까운 수출을 달성했다. 김을 반찬으로 즐겨 먹어 온 우리나라, 일본 등과 달리 서양은 김을 '바다의 잡초(Seaweed)' 또는 '블랙페이퍼(Black Paper)'라 부르며 꺼렸는데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역대 최고 수출액을 경신했다.
이렇게 큰 액수의 김 수출이 그저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김 양식기술의 개발 △우량 품종 개발 △양식장의 확대 △가공기술의 선진화 △세계 시장의 개척 등 전 산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연구개발 △각종 지원이 함께 어우러졌기에 가능했다.
사실 10여 년 전에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면 어쩌면 지금의 한국 김 산업은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2002년 한국은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의 5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UPOV에 가입하고 10년째 되는 2012년 1월부터는 국제 규약에 따라 농작물은 물론 김을 비롯한 해조류도 품종보호 대상으로 되어 다른 나라의 종자를 사용하면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UPOV 회원국이 되면서 국제적으로 권리도 생겼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함께 가지게 된 것이다.
외국산 김 종자에 대해 로열티 지불의 의무가 생긴 2012년 당시, 김 생산어가의 약 절반 정도는 여전히 외국 종자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외국산 김 종자 사용에 따른 김산업 성장의 제약과 로열티 지불을 막기 위해 새로운 국산 종자를 개발하는 '골든씨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그 이전부터 육종기술과 출원방법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2012년 4월 신품종 출원 시 이를 과학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수산식물품종관리센터'도 설치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모두가 이미 늦었다고 했지만 국립수산과학원과 민간 수산분야 연구자들의 숨은 노력과 정책적 지원으로 신품종들이 속속 출원됐다. 해조류 품종보호제도가 시행된 첫해인 2012년 10품종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총 36품종의 김 신품종이 출원돼 지금까지 19품종이 등록되었다. 해조류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에는 보통 4~6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길지 않은 10년동안 이렇게 많은 품종이 출원·등록된 것은 대단하다. 이것은 품종보호제도 시행 전부터 품종개발과 신품종 심사를 차분히 준비한 연구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신품종 개발에 힘입어 김 종자의 국산화율은 2012년 이전의 약 50%에서 지난해 약 95%까지 올랐다. 김 종자 국산화로 외국으로 유출되지 않은 로열티는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지난 10년간 390억원에 달한다. 한해 6억9000만달러의 김 수출에 가장 큰 공은 무엇보다 불철주야 애쓰신 수많은 어업인과 생산, 가공 및 수출을 직접 담당한 우리 기업에 있다. 그러나 김 종자 주권국이 되어 로열티 걱정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국산 신품종의 개발과 보호에 애쓴 연구자의 숨은 노력도 그 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