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모처럼 반등했다는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지만, 정작 아기 받을 산부인과 찾기가 '모래알 속 진주 찾기'처럼 어려워져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월 출생아는 2만6916명.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17명(11.7%) 늘었는데, 동월 기준으론 7년 만에 가장 많았다. 정부는 출산 장려책이 힘을 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임신 사전건강관리(여성 난소기능검사, 남성 정액검사 지원) △첫만남이용권 지원(출생아에게 200만원 이상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산모의 산후 회복과 신생아 양육 돕는 건강관리사 파견)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이런 '당근'을 뒤로하고 적잖은 예비부부가 '아기를 낳을 곳'을 찾느라 삼만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우분투건강정책랩에 의뢰해 수행한 연구 결과, '산부인과 의원'으로 개설 신고한 의료기관 중 실제 분만을 수행하는 곳은 11.6%에 그쳤다. 심지어 2024년 산부인과 전문의가 개설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42.4%는 '산부인과'라는 명칭조차 뺐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산부인과 진료를 포기한 것이다.
그럼 이들은 어디로 간 걸까. 2024년 12월말 기준 산부인과 전문의가 전속(주 32시간 이상)으로 근무하는 의원급 요양기관은 총 2291개소였다. 이 가운데 '산부인과 의원'으로 개설 신고한 기관은 1320개소(57.6%)였으며, 나머지 971개소(42.4%)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근무하는데도 산부인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목 또는 일반 의원 형태로 개설·운영되고 있었다. 산부인과 전문의 상당수가 전공 영역을 떠났다는 얘기다.
그나마 산부인과에 남아있는 전문의들은 위험 부담이 큰 분만을 피해 질·소음순 성형수술 같은 비급여 시장으로 눈독을 들인다. '돈 되면서 수술 위험 부담이 적은' 진료로 갈아탄 셈이다. 분만실을 지키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분만비가 400%까지 인상돼 200만원 이상은 돼야 월 10건만으로도 분만실을 유지할 수 있다", "의료사고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한다.
'분만실 소멸 위기'는 서울보다 지방에서 더 심각하다. 2024년 출생아 1000명당 분만을 담당했던 인력은 서울이 14.9명이었지만, 전남은 6.2명에 그쳐 '반토막' 수준이었다. 열악한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진 1인이 담당해야 하는 분만 부담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자칫 분만사고라도 나면 산부인과 전문의는 전 재산을 잃을 위기까지 감수해야 한다. 실제 최근 산부인과 전문의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뇌 손상을 입었는데 의사 과실이 인정되면서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또 응급 제왕절개 수술 후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으로 병원이 4억 원을 배상한 사건도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30년쯤 되면 배상금이 2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토로한다. 의대생·전공의는 물론 산부인과 전문의마저 기피하는 '분만실'을 되살려낼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