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출산 장려하는 정부, 분만실 없애는 산부인과

[우보세] 출산 장려하는 정부, 분만실 없애는 산부인과

정심교 기자
2026.04.01 05:25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모처럼 반등했다는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지만, 정작 아기 받을 산부인과 찾기가 '모래알 속 진주 찾기'처럼 어려워져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월 출생아는 2만6916명.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17명(11.7%) 늘었는데, 동월 기준으론 7년 만에 가장 많았다. 정부는 출산 장려책이 힘을 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임신 사전건강관리(여성 난소기능검사, 남성 정액검사 지원) △첫만남이용권 지원(출생아에게 200만원 이상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산모의 산후 회복과 신생아 양육 돕는 건강관리사 파견)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이런 '당근'을 뒤로하고 적잖은 예비부부가 '아기를 낳을 곳'을 찾느라 삼만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우분투건강정책랩에 의뢰해 수행한 연구 결과, '산부인과 의원'으로 개설 신고한 의료기관 중 실제 분만을 수행하는 곳은 11.6%에 그쳤다. 심지어 2024년 산부인과 전문의가 개설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42.4%는 '산부인과'라는 명칭조차 뺐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산부인과 진료를 포기한 것이다.

그럼 이들은 어디로 간 걸까. 2024년 12월말 기준 산부인과 전문의가 전속(주 32시간 이상)으로 근무하는 의원급 요양기관은 총 2291개소였다. 이 가운데 '산부인과 의원'으로 개설 신고한 기관은 1320개소(57.6%)였으며, 나머지 971개소(42.4%)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근무하는데도 산부인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목 또는 일반 의원 형태로 개설·운영되고 있었다. 산부인과 전문의 상당수가 전공 영역을 떠났다는 얘기다.

그나마 산부인과에 남아있는 전문의들은 위험 부담이 큰 분만을 피해 질·소음순 성형수술 같은 비급여 시장으로 눈독을 들인다. '돈 되면서 수술 위험 부담이 적은' 진료로 갈아탄 셈이다. 분만실을 지키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분만비가 400%까지 인상돼 200만원 이상은 돼야 월 10건만으로도 분만실을 유지할 수 있다", "의료사고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한다.

'분만실 소멸 위기'는 서울보다 지방에서 더 심각하다. 2024년 출생아 1000명당 분만을 담당했던 인력은 서울이 14.9명이었지만, 전남은 6.2명에 그쳐 '반토막' 수준이었다. 열악한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진 1인이 담당해야 하는 분만 부담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자칫 분만사고라도 나면 산부인과 전문의는 전 재산을 잃을 위기까지 감수해야 한다. 실제 최근 산부인과 전문의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뇌 손상을 입었는데 의사 과실이 인정되면서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또 응급 제왕절개 수술 후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으로 병원이 4억 원을 배상한 사건도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30년쯤 되면 배상금이 2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토로한다. 의대생·전공의는 물론 산부인과 전문의마저 기피하는 '분만실'을 되살려낼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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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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