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건강·무병장수의 상징 '청려장'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2024.02.23 02:03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어느 신문에서 '100세 인간 시대'를 다루면서 청려장을 덧붙였다. 결론은 좋은 음식과 의약학의 기적, 공중보건 계획 등이 우리가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청려장(靑藜杖)에 명아주(려, 藜)는 잎이 돋을 때가 푸른색이라 청(靑)자가 들어가고 도교(道敎)에서 푸른색은 '영원함과 장수'를 뜻한다고 한다.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짚는 '지팡이가 효자보다 낫다'고 하는데 어느새 필자도 지팡이(杖)에 의지하는 신세가 됐다.

청려장은 한해살이풀인 명아주대(원줄기)로 만든 지팡이로 건강·무병장수의 상징이며 한국에서는 통일신라 때부터 장수한 노인에게 왕이 직접 하사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나이 50세가 됐을 때 자식이 아비에게 바치는 청려장을 가장(家杖)이라 했고 60세 때 마을에서 주는 것을 향장(鄕杖), 70세 때 나라에서 주는 것을 국장(國杖), 80세 때 임금이 하사하는 것을 조장(朝杖)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1992년부터 '노인의 날'(10월2일)에 그해 100세를 맞은 노인들에게 대통령 명의로 청려장이 주어졌다. 그것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오늘날에는 자연산 대신 일부러 모를 부어 육묘(育苗)해 재배한 명아주대로 청려장을 만든다는데 경상북도 문경시 호계면이 대표적인 산지라고 한다. 명아주로 만든 청려장은 특히 재질이 단단하고 가벼우며 모양 또한 기품과 품위가 있어 섬세한 가공과정을 거치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고 예부터 환갑을 맞은 노인의 선물용품으로 널리 쓰였다. 크게 자란 명아주를 가을에 채취해 다듬은 후 솥에 쪄서 껍질을 벗기고 그늘에서 1개월 이상 말린다. 건조한 명아주대를 깎고 다듬어 옻칠하면 멋진 지팡이(막대기)로 탄생한다. 건조하면 보통 나무보다 단단하고 가벼워 지팡이 재료로 쓰기에 아주 적합하다.

지팡이와 관련된 관용어와 속담을 찾아봤다. '쌍지팡이를 짚고(들고) 나서다'란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간섭함을, '소경(봉사·장님)이 넘어지면 지팡이가 나쁘다 한다'는 자기 잘못으로 그르친 일을 공연히 남 탓으로 돌림을, '굽은 지팡이는 그림자도 굽어 비친다'는 본래 모습이 좋지 못한 것은 아무리 해도 숨기지 못함을, '내 건너간 놈 지팡이 팽개치듯 한다'는 자기가 필요할 때는 가까이했다가 아무 소용이 없어지면 인연을 끊어버리는 경우들을 비꼰 말이다.

그렇다면 명아주는 어떤 식물일까. 명아주는 비름 과(科)에 드는 일년생초본으로 전국 각지에 널리 분포한다. 줄기는 모가 지고 녹색의 줄이 있으며 본줄기로는 지팡이를 만든다. 잎은 마름모의 달걀꼴이며 어린잎은 선홍색이고 야들야들하며 매끈매끈하다.

명아주는 가지를 많이 치고 큰 것은 2~3m까지 자라는데 잎은 매우 부드럽고 식물 전체에 흰 가루가 덮였다.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가 원산지며 남극을 제외하고 세계 어디서나 산다. 특히 질소 성분이 많은 황무지나 묵정밭에 많고 전국의 밭이나 들에서 자라며 밭에서는 곡식과 심하게 경쟁하는 잡풀이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모양이며 어릴 때 중심부에 붉은빛이 돌고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으며 잎의 모양이 거위 발을 닮아 서양에서는 '구스풋'(Goosefoot)이라고 부른다. 작은 꽃은 6~7월에 피며 암, 수꽃이 한 꽃에 피는 양성화(갖춘 꽃)다.

어린잎은 흰 가루를 씻고 나물이나 국거리로 쓰며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민간요법으로 잎을 건위제, 강장제 등으로 사용한다. 해열·살충·이뇨작용들이 있고 이질로 복통·설사 때는 풀포기를 통째로 달여 먹고 독충에게 물리면 콩콩 찧어 환부에 붙인다. 신장결석(腎結石)의 원인물질인 옥살산(oxalic acid)이 많으므로 과량복용은 삼가야 한다. 아무튼 여린 봄풀은 독초 빼곤 다 먹고 또한 약이 아닌 것이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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