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요구에도 선은 있다[기자수첩]

성과급 요구에도 선은 있다[기자수첩]

임찬영 기자
2026.05.07 05:50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일부 노동조합을 향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하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강조해온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낸 것은 일부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사회적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삼성전자(266,000원 ▲33,500 +14.41%)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45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성과급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구성원과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하다. 한 해 실적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미래 투자와 재무 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더 많은 배분만 요구한다면 기업의 체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 실적은 노동자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시장 수요, 글로벌 경쟁 환경, 협력사 공급망, 연구개발 성과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현대차(550,000원 ▲11,000 +2.04%)도 올해 1분기 매출(45조9389억원)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51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8% 급감했다. 미국 자동차 관세 부담만 8600억원에 달했다. 지금의 좋은 실적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일부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당장의 배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회사가 위기 요인을 설명하면 엄살로 치부하고 사상 최대 실적만 앞세워 더 큰 몫을 요구한다. 이런 방식은 노사 협상을 성과의 공유가 아닌 힘겨루기의 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국민 눈높이와의 괴리도 크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거액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장면은 협력사 노동자와 비정규직, 청년 구직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오게 된다. 원청 노조가 매년 더 큰 성과급을 요구할 때 협력사에는 비용 절감 압박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결국 성과의 과실이 일부 사업장 안에서만 소비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가 노동자의 몫을 요구하는 것은 본래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 행위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 성과급은 많이 벌었으니 그만큼 달라는 단순한 계산으로 정할 수 없다. 지금 나눌 몫과 앞으로 지켜야 할 몫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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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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