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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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재 항공 산업에서 데이터는 '하늘의 지문'과 같다. 항공기 한 대가 이착륙할 때마다 쏟아지는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는 단순한 비행 기록을 넘어 항공안전을 보장할 잠재적 단서를 품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 자체로는 안전을 담보하지 않는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안전이 보장된다. 관리되지 않는 데이터는 '언젠가 쓰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저장 비용만 축내고 보안 리스크만 키우는 차가운 서버실에 쌓아둔 '잠자는 데이터(Dark Data)'에 불과하다. 이를 체계적으로 깨워 살아있는 안전지능(Safety Intelligence)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사고를 예방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안전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항공안전에 있어 핵심은 '위험예측'이다. 정부는 항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개별 관리하던 항공 관련 데이터를 범국가적 차원에서 통합·분석함으로써 안전 취약점을 진단하고 분석하는 항공안전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아침엔 배달앱으로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고, 저녁엔 대리운전 호출로 귀가한다. 낮에는 앱을 통해 번역·디자인·청소 일을 맡는 사람들도 많다. 플랫폼 경제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이미 우리 일상의 필수 인프라가 됐다. 배달, 운송, 대리운전, 숙박 중개, 프리랜서 매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노동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정부 통계를 종합하면 플랫폼 종사자는 본업·부업을 포함해 수백만 명 규모로 추정된다. 이제 플랫폼 노동은 더 이상 주변적 현상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현실이다. 그러나 현행 노동법제는 20세기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플랫폼 노동의 특성과 속도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시대에 맞는 노동법제의 새로운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 임금노동과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과거 제조업 노동이 기업 조직 내부에서 정해진 시간과 장소, 지휘·감독 체계 아래 이뤄졌다면, 플랫폼 노동은 상대적으로 높은 선택권과 이동성, 다중 소득구조, 시간 활용의 자율성을 특징으로 한다.
1999년 6월 '브레인코리아(BK21)' 사업이 처음 발표됐을 때 대학 사회에는 적지 않은 반향이 일었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개념이 본격 도입됐고, 정책의 주변에 머물러 있던 대학원을 대상으로 연간 20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이후 BK21은 단계별로 설계를 보완하며 4단계까지 이어졌고, 내년 5단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사업비도 1조 원대에서 3조 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됐다.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사업이 지속된 것은 그만큼 필요성과 성과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BK21 사업의 목표는 분명했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경쟁 기반 지원이라는 원칙이 도입됐고, 무엇보다 대학원생을 직접적인 지원 대상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학원생을 단순한 연구 보조 인력이 아니라 '학문후속세대'이자 '연구 파트너'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했다. 4단계 사업이 이어지는 동안 대학의 연구 성과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기세를 올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가격도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평균 0. 1% 상승했지만, 강남 3구는 7주째 약세다. 이러한 기류는 강남권 대장주들이 포진한 'KB선도아파트 50지수'에서 더욱 선명하게 읽힌다. 지난 3월 이 지수는 전월 대비 -0. 73% 하락하며 2년 1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이 나오면 외곽부터 흔들리고 강남 같은 중심부는 꿈쩍도 하지 않던 과거의 양상과는 확실히 딴판이다. 시장이 이토록 냉정해진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느낀 고령 자산가들이 이른바 캐시 푸어(Cash poor)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제적 매도에 나섰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강남의 약세를 다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자산의 실제 사용 가치를 의미하는 전세가격과 자본 이득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매매가격 사이의 심한 불균형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답정너'라는 말도 유행한 지 십여년은 된 것 같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말을 줄인 신조어다. 그런 상황이 근래에 생겼을까마는 신조어는 기존의 흔한 현상을 끄집어내 부각한다. 새로운 세대의 관심사나 유행이 신조어를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가끔은 연인끼리 사랑싸움을 하며 끌려가는 입장의 넋두리로 '넌 정말 답정너'라며 푸념하기도 하지만 그 말이 지닌 폭력성을 생각하면 고민스러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은 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은 있어왔다. 답정너의 해석으로 유도신문의 일상적 유형 또는 가짜 선택권이라고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젊은이들이 내몰린 강제된 선택에 대한 절규가 보이기도 한다. 아재 혹은 아재개그, 틀딱, 영포티등 신조어들은 세상과 조직의 주도권을 쥔 것 같은 기득권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난다. 답정너는 강자에 투영되고 답찾사(답을 찾는 사람들)는 약자일 경우가 많다. 간단하게 갑과 을로 나뉘어 상대적으로 역할한다. 우리는 관계의 성격에 따라 갑과 을을 넘나든다.
최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BTS의 컴백 무대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시대 '공적 영역(public sphere)'의 현주소를 잘 드러낸다. 도로와 대중교통의 통제, 그리고 수시로 진행된 검문 검색 때문에 휴일에 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더욱이 실제 현장 인원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것이 밝혀져 과잉대응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들리기도 했다. 광장에 기대 이하의 군중이 모였던 것은 아마도 그 공연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됐기 때문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의 실시간 중계와 공개 후 24시간 이내의 스트리밍에 약 1840만명의 시청자가 몰렸다고 발표했다. 광화문 광장은 전지구적 스크린 위에서 세계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며 BTS의 세계적 인기를 증명했을 뿐 아니라, 이제 대중이 물리적 공간에서가 아니라 각자의 디바이스를 통해 함께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한 때 미디어의 신속성을 대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실시간성(liveness)은 이제 개인의 요구에 따라 분산된 형태로 경험되고 있다.
AX는 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의 약자다.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 운영·의사결정·비즈니스 모델을 재설계하여 자율적 판단과 예측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DX(Digital Transformation)가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통해 '자동화'로 업무 효율을 높였다면, AX는 AI가 의사결정을 보조하여 더 빠르고 유연한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는 지능화'가 중심이다. 최근 AX의 영향력이 드론 산업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란의 자폭 드론 '샤헤드'가 핵심 무기로 쓰이자 미국은 이를 역설계한 '루카스(LUCAS: Low-Cost Uncrewed Combat Attack System)'라는 자폭 드론으로 대항하고 있다. 과거 드론은 정찰과 타격이라는 제한된 역할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AI 기반으로 자율 비행은 물론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표적 선정과 군집 운용까지 가능해졌다. 전장의 두뇌, 나아가 작전 지휘관으로 진화한 것이다. 나아가 물류, 재난 대응, 환경 모니터링 등 민간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주 대전의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1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참담한 사고는 우리 사회에 익숙하지만 결코 익숙해져서는 안 될 질문을 다시 던진다. 수많은 법령과 촘촘한 점검에도 불구하고, 왜 산업 현장은 여전히 '사고를 기다리는 화약고'로 남아 있는가. 이번 화재는 리튬과 나트륨 등 금속 화재 대책, 가연성이 높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와 임의적 증개축 건조물 문제, 높아지는 복지 및 안전요구와 중소 제조업의 열악한 안전 투자 여력, 수만 개 사업장을 감당하기에 부족한 감독 인력,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흐릿해지는 안전 책임 현실 등이 겹쳐 만들어 낸 구조적 산물이다. 기후위기와 초고령 사회, 신기술과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안전보건 정책과제에 대해 이제는 단편적인 제도 보완을 넘어, 안전 관리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바꿔야 할 때다. 미국 건국 공신 알렉산더 해밀턴은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국가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권한은 묵시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토마스 제퍼슨(3대 대통령)은 기록된 문구만을 절대시하는 엄격한 해석을 고수했다.
학생들은 졸업과 함께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경쟁의 세계에 뛰어든다. 취업, 승진, 창업까지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 영화·음악 같은 문화예술, 스포츠 세계에서도 선의의 경쟁은 있다. 경쟁은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다. 삼성, LG, SK하이닉스, 현대차 같은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버텨온 이유는 경쟁의 압력을 혁신의 동력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교육의 장에서는 경쟁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시선이 있다. 교육을 해치는 악(惡)이라고 규정하고, 경쟁을 없애거나 줄이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선(善)인 것처럼 말한다. 한국 교육에서 경쟁이 문제로 비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높은 등급을 받으려면 친구를 제쳐야 하고, 옆자리 친구는 협력과 공존의 파트너가 아니라 '이겨야 할 대상'이 된다. 학생 개개인의 강점과 잠재력을 살피기보다 총점으로 한 줄을 세우고, 1점 차이로도 '패자'를 만드는 게 대입 제도다. 이런 환경에서 경쟁은 학생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고 교육 생태계를 삭막하게 만드는 나쁜 시스템이 된다.
오늘날 세계는 'VUCA' 시대를 살아가고있다. 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 환경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다. 최근 국제 정세는 VUCA 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안보 질서를 뒤흔들며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에 큰 충격을 주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주요 곡물 공급국으로 전쟁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은 한때 4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이란과 미국 전쟁은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을 흔들며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 성장률을 3.
2026년 봄, 호르무즈 해협에서 몰아치는 거센 파고는 단순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급소를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합 공습에 맞선 이란의 해상 봉쇄 위협은 특정 해역에 대한 전략적 '해양 거부권(sea denial)' 행사가 그 자체로 얼마나 가공할 지정학적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실증한다. 수출입 물동량의 99. 7%를 해상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분쟁을 넘어 경제 근간을 뒤흔드는 '경영·안보 복합 위기'다. 이란이 전면적인 해상 봉쇄를 전략적 포석으로 내세운 이유는 명확하다. 정규 해군력의 절대적 열세를 비대칭적 수단으로 상쇄하려는 계산이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을 점거함으로써, 서방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경제적 파급력을 무기로 전황의 판도를 뒤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물리적 점령보다 '흐름의 차단'을 통한 전략적 거부권 행사에 훨씬 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가성비 높은 드론, 지대함 미사일, 저가형 자살 폭발 보트 등 비대칭 무기체계를 동원해 민간 상선을 직접 타격하며 글로벌 물류망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오아시스 나무 아래 시집 한 권 / 포도주 한 잔과 빵 한 덩이 / 그리고 그대가 곁에서 노래한다면 / 오, 사막도 천국이 되리. " 페르시아 시인 오마르 카이얌은 인간다운 삶의 3대 조건으로 빵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꼽은 듯하다. 시인의 1000년 후손인 이란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최근 이란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전 경례를 하는 사진을 보았다. 그녀들은 며칠 전 국가를 부르지 않았대서 반역자로 낙인찍힌 상태였다. 이번엔 경례를 올려붙였건만, 손끝은 흐느적거렸고 눈은 내리깔고 있었다. 일부는 끝내 국가를 부르지 않은 듯했다. 강요된 충성, 영혼 없는 경례의 모멸과 수치가 그녀들을 망명에 이르게 했을까. 반란은 대개 빵(민생) 문제에서 발생한다. 필자가 테헤란에 부임한 2012년 공식 환율은 달러당 1만2000 리알이었다. 2014년엔 공식 환율은 그대로인데 암시장 환율이 3만 리알까지 올랐다. 외교관으로서 공식 환율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암시장 환전을 통해 사업비를 두세 배 늘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