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AI 듀스 '라이즈'와 K팝의 미래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5.12.09 02:05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1990년대 뉴잭스윙 스타일로 힙합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듀스(DEUX)가 28년 만에 '라이즈'로 복귀한 소식은 AI 기술트렌드의 한 사례였지만 이전과 달리 진일보한 점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애초 듀스의 AI 재현계획이 발표됐을 때 우려스러운 점이 있었다. 사실 AI 매개의 음성과 영상재현은 그 배경과 이유가 분명하지만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았다. 유명인들을 AI로 재현하는 것은 인지자본주의(Cognitive Capitalism)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대상은 상품이 되는 동시에 수익도 비례할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전 세계에 연결되면서 이러한 특성은 매우 강화됐다. 더구나 팬심이 더 강력할 수 있는 음악팬들에게 사망한 뮤지션의 재현과 부활은 열망의 1순위일 수 있다. 이른바 팬더스트리(Fandustry)의 미래 장르가 된다. 물론 완성도와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사실 AI스타트업에 제일 좋은 대상이 이런 뮤지션일 수 있다. 이렇게 보장된 고객이 이미 확보됐으며 상품도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상품은 기초데이터가 이미 충분하다. 유명하거나 인기가 많았을수록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따로 예산을 투여해 자발적으로 홍보해주는 미디어 매체도 충분하다.

하지만 인지자본주의 상품 가운데 AI 재현품엔 일반 공산품과 다른 변수들이 있다. 일단 저작권자와 유족의 동의는 지식재산 영역이기에 당연한 노릇이지만 정작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팬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과거의 노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 창작곡을 제작할 때 더욱 그렇다. 가수 김광석 사례에선 특히 새 노래 시도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더구나 이미 세상을 저버린 아티스트가 부활해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그대로 쉬게 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울러 신곡이나 새 퍼포먼스가 아티스트의 정체성이나 세계관과 맞지 않다면 오히려 만들지 않은 것만 못한 상황이 된다.

듀스의 '라이즈'는 AI를 활용해 제작한 노래와 퍼포먼스 사례와 비교됐다. 평가는 나쁘지 않았고 듀스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가사나 곡만이 아니라 뮤직비디오에서 구현한 세계와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다. 단순히 AI 기술의 발전 때문에 가능했을까 싶은데 이는 재현과 부활의 주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듀스는 2인조 듀오그룹이고 김성재는 세상에 없어도 이현도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누구보다 듀스의 정체성이나 세계관을 잘 알고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그대로 지녔다. 따라서 단순히 예전 작품의 패턴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여도 팬들의 반발이 덜할 수 있다.

듀스의 경우 2인조이기에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음악과 퍼포먼스 효과를 분산한다. 이현도 같은 구성원이라면 저작권이나 유족들의 동의문제도 용이하게 넘을 수 있다. 아울러 팬들의 반발이나 이견도 덜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성재는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는 점에서 김광석과 달랐다. 특히 듀스는 X세대의 가장 전형적인 모델이었다. X세대의 음악은 현 K팝의 토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듀스의 신곡들은 21세기에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더구나 Y2K 트렌드를 넘어 뉴트로 트렌드가 Z세대에게도 공유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좀 더 고무적이다. 이러한 점은 어떤 대상을 AI로 재현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결국 인간과 AI의 협업은 기술단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금 수준에선 AI로 콘텐츠를 온전히 만들기보다 듀스의 사례처럼 인간과 AI가 무대에서 협업하는 퍼포머가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K팝이 AI 테크놀로지엔 최고로 적절한 장르가 될 것이다. 물론 자율형 아이돌이어야 이에 부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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