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간 비수도권 다수 지역은 인구 순유출을 기록했고, 일부 군 단위 지역은 고령화율이 30%를 넘어섰다. 청년과 자본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역에는 빈집과 고령화가 남는다. '지역소멸'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를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지역을 살리기 어렵다. 지원을 쏟아 부어 인구를 붙잡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기회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없을까? 재정 투입 이전에 관점의 전환이 먼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지역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활동 자체가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을 재설계하는 과정이자 도구가 된다. 충주 세상상회가 관아골 구도심의 풍경을 바꾼 것처럼, 빈집 증가는 공간재생 창업의 기회가 된다.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돌봄과 실버테크 창업의 수요를 일으킨다. 저부가가치의 지역 자원이 고부가가치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창업의 문턱이 낮아질 때 지역은 비로소 움직인다. 창업은 기술 엘리트나 대규모 자본의 전유물이 아니다. △청년의 기술 창업 △경력단절 여성의 생활밀착형 사업 △시니어의 지식 컨설팅 △이민자의 역직구 플랫폼도 지역에서 출발할 수 있다. 성장 경로 역시 하나가 아니다. 빠른 스케일업이 아니더라도, 적정 규모의 안정적 성장과 네트워크형 확장도 유효한 경로다. 출구는 상장이나 매각에만 있지 않다. 지역에 뿌리내린 장기적 생존과 재투자도 성공의 방식이다.
다양한 창업의 길을 인정할 때 비로소 보이는 사실이 있다. 지역이 위축되는 것은 시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 아직 충분히 연결되지 않아서라는 점이다. 주민의 생활 수요와 이를 사업으로 전환할 기회가 있고, 지자체의 예산과 외부 방문객의 소비도 존재한다. 대체불가능한 장소성과 특화된 산업 기반, 낮은 고정비와 촘촘한 커뮤니티는 새로운 기회를 위한 훌륭한 자산이다. 부족한 것은 시장이나 규모 이전에, 자산들을 엮어내는 연결의 힘이다.
그렇다면 연결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답은 창업가의 역할에 있다. 지역 창업은 거창한 자본보다는 문제를 읽어내는 감각과 이를 구현하는 실행력에서 출발한다. 디지털 도구는 이 연결을 가속하는 수단이 된다. AI는 1인 창업을 가능하게 하고, 운영 비용을 낮추며 생산성을 높인다. 지역의 해묵은 불편을 해결할 때 기술은 비로소 사람의 얼굴을 갖는다. 동시에 창업가가 지역 안팎에서 가지는 협력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앵커 기업과 대학, 로컬 펀드와 커뮤니티가 함께 움직일 때 의미 있는 작은 혁신이 생태계로 확장된다.
나머지 부족한 역할은 공공의 몫이다. 창업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경로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일은 정책의 영역이다. 중앙정부는 유니콘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진입과 성장, 출구 모델이 공존하도록 평가 기준과 지원 체계를 다층화해야 한다. 성장형과 지역 내실형 지원이 함께 작동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지방정부는 공공조달을 통해 첫 고객이 되고, 실증 공간을 제공하며, 지역 프로젝트를 지역 기업과 공동 설계하는 수요자이자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공공이 규제 개선과 재정·금융 프로그램으로 시장을 촉진하는 일이 핵심이다. 이쯤 되면 창업지원은 비용이 아니라 지역을 위한 투자가 된다.
'모두의 창업'은 모두가 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회가 아니다. 각자의 경험과 전문성, 삶의 조건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사회다. 청년의 기술도, 시니어의 지혜도, 여성의 생활 감각도, 이민자의 네트워크도 창업을 통해 드러날 때 사회는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된다. 다양한 역량이 시장에서 시험되고 연결될 때 혁신은 일부의 사건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그것이 '창업중심사회'의 의미다. 관점을 바꾸는 순간, 지역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내는 시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