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고 있다. 우리가 중국으로 가던 시대를 지나, 과거보다 훨씬 크고 복잡해진 중국이 기업과 자본, 기술과 사람의 형태로 한국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본지의 특파원 칼럼 '일단 중국에 와보자'는 변화를 직접 확인하자는 제안이었다.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는 그 이유를 압축해 보여줬다. 1천여 기업과 4천여 전시물이 모인 자리에서 눈에 띈 것은 모델 성능만이 아니었다. 인공지능이 로봇과 제조업, 도시와 일상의 구체적 장면으로 확산되는 속도와 폭이었다.
중국을 보는 세계의 시선도 움직이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36개국 중 25개국에서 중국 호감도가 미국보다 높았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미국 호감도가 높지만, 중국 호감도는 지난해 19%에서 28%로 올랐고 미국 호감도는 61%에서 45%로 낮아졌다. 격차가 42%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줄었다. 반중정서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익숙한 중국 이미지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은 중국을 주로 '가야 할 곳'으로 보았다. 수교 초기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자 '대륙 경영'의 공간이었다. "중국인에게 양말 한 켤레씩만 팔아도"라는 말에는 호감뿐 아니라 우리가 앞서 있다는 비대칭적 자신감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동북공정과 산업경쟁, 사드 갈등과 코로나19를 거치며 기대는 환멸과 불신으로 바뀌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비교우위가 약해지고 진출 실패론이 확산되자 그 원인을 '중국 특색'의 제도와 관행에서만 찾기도 했다.
이 과정은 단지 편견의 축적만은 아니었다. 한국 사회는 수많은 교류와 갈등을 거치며 냉전기 단절로 생긴 인식의 공백을 메웠고, 중국을 보는 정보와 경험, 비판적 안목도 키웠다. 최근에는 중국이 불편하더라도 협력은 필요하다는 실용적 재조정도 나타난다. 그러나 환멸과 불신이 국내 정치의 진영논리와 결합하면서 일부 반중 담론은 부정선거와 간첩, 외국인 혐오를 묶는 동원 언어로 번졌다. 관계의 방향마저 달라지는 지금, 수교 이후 30여 년간 축적한 중국 경험과 판단 역량이 진영정치에 소진되지 않고 성숙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그 시험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 기업의 최근 전략을 압축하는 말이 '출해'(出海)다. 수출 확대를 넘어 생산·연구개발·브랜드·공급망을 해외에 배치해 현지 시장으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이다. 중국의 기업과 자본, 기술과 상품이 한국의 시장과 제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국도 그 흐름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환대도 일률적인 배제도 아니다. 우회 수출과 규제 회피, 기술 유출과 데이터 침해, 노동·환경 기준 훼손에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생산적 투자와 협력은 국내 연구개발과 좋은 일자리, 지역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양국의 강점을 결합해 제3국의 산업과 고용에도 기여하는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을 정확히 읽고,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막을지 스스로 결정하며, 협력의 성과를 한국 사회와 현지 사회에 함께 남기는 것. 이것이 중국이 오는 시대에 한국이 마련해야 할 새 문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