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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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수명이 있다. 제도 역시 그렇다. 수명이 다한 제도들은 폐지해야 하고,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제도들로 대체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원활하게 잘 이루어지면 사회는 활력을 유지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큰 어려움을 겪는다. 2026년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일까.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부작용이 커지던 1990년대에 수많은 제도들이 등장했다. 각 분야별로 다른 특성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이전까지 의사결정권자의 판단에 맡겨놓던 것을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단계별로 나누어 확인하고 점검하도록 한 것이다. 보다 많은 전문가들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면 더 폭넓은 의견이 반영되고 사회적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전제였다. 이러한 과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문 기관들과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3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런 전제는 얼마나 달성되었을까. 각종 평가와 분석을 위한 기법이 필요했지만 국내 사정에 적합한 기법들은 드물었다. 이를 위해 해외 제도들을 기초로 국내 상황을 반영한 연구들이 급속하게 이루어졌고 그 결과물을 토대로 기법들이 만들어졌다.
지금 국회에는 세금 관련 과세 기준과 벌금 등 제재 기준을 현실화하자는 결의안이 발의돼 있다. 오래전에 정한 고정 금액 조항이 물가와 경제 규모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이다. 금융 관련 법률도 예외가 아니다. 벌금·과태료·과징금, 진입, 면제 요건 등에서 고정 금액 조항이 장기간 유지된 경우가 상당수다. '가등기담보법'부터 '화재보험법'까지 관련된 금융 관련 법률 101개를 국가법령정보센터 DB을 연결해 분석해보면 금액 기준 조항이 20년 이상 유지되거나 다른 법과 불균형이 커 정비가 필요한 법률 26개, 10~20년간 유지됐거나 불균형을 추가 검토할 법률 25개, 최근 10년 내 개정된 법률 42개, 해당 없음 8개가 확인된다. 오래된 기준으로는 보험 미가입 벌금 500만원(화재보험법, 1973년)과 이득액 5억/50억 기준(특정경제범죄법, 1990년)이 최고다. 예금자보호 한도와 대부업 자기자본 요건 상향 등이 최근 정비된 대표 사례다. 문제는 금액이 오래됐다는 점만이 아니다.
'헬시플레져(건강 관리를 즐겁게)' 트렌드에 힘입어 식품 음료 시장에도 '제로' 열풍이 불고 있다. 요즘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음료 코너 절반 이상이 저당, 제로 슈가 제품이다. 설탕 섭취를 줄이려고 대체 당(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제로 식음료 시장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콜라·사이다 등 가당 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설탕 부담금' 논의가 최근 제로 음료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설탕 부담금(속칭 설탕세) 논쟁은 이재명 대통령이 연초 소셜미디어(SNS)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는데 재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물으면서 본격화됐다. 연이어 국회에서 설탕·시럽 등 첨가당이 든 음료에 함량 구간별로 부담금을 차등 부과하고, 이를 국민건강증진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법안(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2건(김선민·이수진 의원) 발의됐다. 여기에 김윤 의원이 대체당을 넣은 제로 음료에도 부담금을 매기는 법안을 준비한다고 한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7개월 연속 감소했고, 고용률도 29개월째 하락했다. 일부 청년은 배달·택배 같은 생계형 일자리로 눈을 돌리지만 원하는 일자리로 가는 발판이 되기는 쉽지 않다. 취업을 준비하려면 알바를 줄여야 하고 월세를 내려면 알바를 늘려야 한다. 오늘을 버티는 일이 내일을 준비할 시간을 빼앗는 역설이다. 쉬지 않고 뛰어도 삶은 제자리다.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38. 5%로 역대 최고였다. 정규직과의 월평균 임금격차도 194만원으로 벌어졌다. 부모의 경제력은 좋은 일자리를 기다릴 시간마저 가른다. 누구는 준비하며 기다리고, 누구는 생계 때문에 준비를 접는다. 출발선뿐 아니라 버틸 시간도 불평등하다. 청년고용 위기를 저성장과 기술변화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충격을 키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봐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은 장기고용과 연공임금으로 보호받지만 중소기업·비정규직은 잦은 이직과 경력 단절을 감당한다. 더 큰 문제는 이동의 장벽이다. 밖에서 아무리 경험을 쌓고 훈련을 받아도 안으로 들어갈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개방·혁신·협력. 11월 18~19일 중국 선전(深?)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우선과제다. '공동 번영'을 내건 이번 회의의 의미를 개최도시 선전의 역사와 현재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극적인 변화를 살피며 중국과 아시아·태평양의 미래를 가늠해 볼만하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의 발전은 '기적'에 가깝다. 개혁개방 이전, '파리, 모기, 굴이 세 가지 보물'이라던 변방의 농어촌은 오늘날 상주인구 약 1800만 명에 경제규모에서 홍콩마저 추월한 초대도시로 거듭났다. 한때 홍콩으로의 탈주가 이어지던 땅에서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한 출발점에는 경제특구라는 '예외'가 있었다. 자본주의 홍콩과 맞닿은 지정학적 조건은 글로벌 자본과 기술, 경영 경험을 중국 내부의 토지·노동력과 연결했고, 중앙이 부여한 정책적 자율성은 새로운 제도를 시험할 여지를 만들었다. 토지사용권 경매와 노동계약제 등 과감한 실험 가운데 일부는 시행착오와 논쟁, 조정을 거치며 전국적인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영업이익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K-IFRS 제1118호가 적용되면 영업이익의 개념이 바뀌고 종류도 다양해진다. 앞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려면 배분 비율뿐 아니라 어떤 영업이익을 쓸지도 정해야 한다. 새 기준은 기업 간 성과의 비교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동안은 기업마다 영업이익에 포함하는 항목이 달라 비교가 어려웠다. 종전의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차감해 산정했다. 반면 새 기준의 영업이익은 투자, 재무, 법인세, 중단영업 범주에 속하지 않는 잔여범주 이익으로 정의된다. 영업용 자산 처분손익과 손상차손은 영업이익에 포함되지만 지주회사의 지분법손익은 제외된다. 영업 관련 외환차손익도 영업이익에 들어온다. 경영진이 정의한 성과측정치(MPM)를 대외적으로 사용한다면 산출근거와 회계상 영업이익과의 차이를 주석에 공시해야 한다. 영업이익의 변화는 은행의 대출약정, 애널리스트의 실적전망과 신용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쟁의 모습이 달라졌다. 과거 국가안보의 중심이 군사력과 영토 방어였다면, 오늘날에는 반도체, 핵심 광물, 첨단기술 하나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공급망의 단절이 공장을 멈추고, 핵심기술의 유출이 산업 경쟁력을 무너뜨리며, 특정 국가의 수출 통제와 경제적 압박이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시대다. 경제와 안보를 별개로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개정된 국가정보원법이 국정원의 직무에 '경제 안보'를 명시한 것도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정보기관의 권한 확대라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필요성은 크다. 공급망 안정,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자원안보, 첨단 전략산업과 기술 보호 등이 이제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세계 주요국의 움직임은 이미 이를 보여준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기술 이전뿐 아니라 자본 투자까지 안보 문제로 다루고 있다. 외국인의 미국 기업 투자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심사한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미국 자본이 경쟁국으로 흘러가는 것까지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디지털금융 전략이 결제를 넘어 자본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9월 클래리티법의 상원 처리가 좌절된 직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토큰화 주식 거래를 위한 '혁신면제(Innovation Exemption)'를 발표했다. 입법이 막히자 규제당국의 권한으로 시장을 열겠다는 선택이다. 혁신면제는 특정 토큰화 증권 거래플랫폼과 유동성 공급자에게 5년간 조건부로 일부 규제 적용을 면제한다. 허가된 참여자가 자동화된 가격결정과 유동성 풀로 미국 상장주식을 거래할 때, 플랫폼과 적격 유동성 공급자를 각각 거래소와 딜러의 정의에서 면제한다. 전통적 중개구조를 벗어난 거래모델을 검증할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산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OKX와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 ICE는 합작사 OKXICE를 설립하고, 미 상장주식 63종의 토큰화 증권 거래시설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SEC는 시장개방과 함께 투자자 보호 장치도 제시했다. 토큰 보유자는 기존 주식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하며, 제3자가 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할 경우 발행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인공지능(AI)이 해킹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공격자는 AI의 도움으로 취약점을 찾고 공격 코드를 수정하며 침입을 반복할 수 있다. 기업이 주목해야 할 변화는 공격기술의 고도화만이 아니다. 과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공격 대상에서 밀려났던 주변 시스템까지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핵심 서버를 지켜도 방치된 계정이나 협력사와의 연결이 침입 통로가 되면 사업 전체가 흔들린다. 이런 환경에서 사고 때마다 점검 항목을 늘리고 장비를 추가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점검 당시 안전했던 시스템도 서비스 변경과 외부 연결로 다시 취약해진다. 발견된 문제를 고치는 것만큼 조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은 보유 자산과 데이터의 흐름을 파악하고, 실제 공격을 가정한 훈련을 통해 탐지와 차단, 복구 과정을 반복 검증해야 한다. 협력사 계정 하나가 탈취됐을 때 어느 업무까지 영향을 받는지 파악해야 한다. 보안의 관리 범위도 기업 내부를 넘어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협력사의 생산, 외부 클라우드, 고객 서비스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반도체 및 AI인프라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7월 급락의 충격을 재연하고 있다. 주식 시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연초 이후 지금까지 10개월 여 동안 주가, 금리, 환율은 모두 이른 바 '이례적 변동성'을 나타냈다. 코스피 지수는 9000포인트를 상회하다가 고점 대비 40%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이후 급등하며 1560원에 육박한 이후 수개월 만에 1350원을 밑돌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 역시 연초에 2~3차례 인하에서 2~3차례 인상으로 전환되었고, 각국의 국채 금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금융 시장 전반에 거쳐 나타나는 이례적 변동성, 그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은 사상 초유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졌고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면서 물가 충격을 강화했다. 물가 상승은 금리 인하를 고려하던 중앙은행의 방향을 바꾸었고, 이는 고금리 장기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회계정보 즉 기업 재무제표의 핵심 이해당사자로, 작성자인 기업, 감사자인 회계법인과 정보이용자인 투자자가 언급된다.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정보이용자인 동시에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는 정보확산자이자 해석자이다. 회계기준이나 공시사항 변경 때마다 매번 정보이용자의 중요성이 언급된다. 하지만 대부분 요식행위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애널리스트조차 의사결정 최종 단계에서 설명회나 공청회로 해당 내용을 처음 접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러한 절차조차 생략된다. 감사보고서 주석 사항에서 틀리게 작성된 사항들도, '주석'이라서 수정되지 않고 그냥 놔 두는 경우도 있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금융위원회는 K-IFRS 제1016호 '유형자산'을 지난달 23일 개정했다. 기존에 권장 사항이던 보유 부동산 공시지가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게 요점이다. 더 많은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설명회와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서면 의견 청취 중심의 간소 절차로 진행되었다.
10월 8일 주식시장은 오픈AI의 매출 규모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회사의 실제 연간 예상매출이 시장에 알려진 700억 달러보다 크게 낮은 500억 달러에 불과할 것이라 보도해 파장을 일으켰다. 매출을 경쟁사 엔트로픽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알려지며 논란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AI 투자와 밀접하게 연관된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하드웨어 공급 업체의 주가 하락은 지속되었다. 시장이 AI 관련 기업 가치의 과열 논란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투자자에게는 현재 AI 관련 기업의 설비투자 경쟁이 경기 사이클 중 어떤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만약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으로 금융비용을 커버하고 투자를 늘려갈 수 있는 단계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이나 지정학적 위기 등 외부 충격이 와도 자력으로 생존하는 데 문제가 없다.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 영업현금흐름의 성장 속도를 앞지르면 서서히 문제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