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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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국내 핀테크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 상당 부분은 기존 금융기관의 울타리 안에서 이뤄졌다. 송금, 결제, 투자, 보험, 대출 비교 서비스는 편리해졌지만 기반은 여전히 은행 계좌, 카드망, 증권 계좌, 보험사 시스템에 머물러 있었다. 핀테크 기업은 금융 혁신의 주체라기보다 기존 금융기관의 접점을 개선하는 조력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의 본질적 구조를 바꾸기보다 금융기관이 열어준 제한된 API와 제휴 범위 안에서 서비스를 설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이러한 구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원화 가치에 연동된 디지털 화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발행되고 유통된다면,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기관의 폐쇄적 장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직접 설계할 수 있다. 결제, 정산, 송금, 예치, 운용, 유동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조합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의 핀테크가 기존 금융을 편리하게 만드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스테이블코인 이후의 핀테크는 새로운 금융 질서를 설계하는 주인공으로 진화할 수 있다.
대학 연구실에서 출발한 기초연구가 국가 핵심기술로 성장하고, 연구 협력의 무대가 세계로 확장되는 시대다. 이 두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가 마주한 과제가 바로 연구보안과 연구안보의 통합적 관리다. 두 개념은 유사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층위에 있다. 연구보안이 외부 침투, 사이버 공격, 내부자 유출 등 이미 식별된 위협을 차단하는 '보호'의 영역이라면, 연구안보는 외국 자금의 불투명한 유입, 이해 충돌, 연구자를 통한 간접적 기술 이전 등 쉽게 가시화되지 않는 복합 위협을 사전에 식별하고 관리하는 '위험 관리'의 영역이다.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지금, 이 두 영역을 어떻게 엮어내느냐가 국가 연구 생태계의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그러나 두 영역은 그동안 보안 관리와 연구윤리·청렴이라는 각각의 논리에 따라 분리 운영되어 왔다. 문제는 현실의 위협이 이러한 경계를 따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외국 기관의 지원을 받은 연구자가 핵심 데이터를 유출하는 사건은 보안 침해인 동시에, 사전에 감지했어야 할 위험이기도 하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인해 높아진 물가는 각국의 중앙은행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주중앙은행은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섰고, 산유국 노르웨이 역시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도 주요국 중앙은행 중에서 최초로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물가 부담을 크게 느끼는 일본도 여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현송 총재는 뚜렷한 기준금리 인상의 의지를 드러냈고 이에 한국 국채 금리는 일제히 뛰어올랐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선진국 중앙은행들과는 달리 성장과 물가 외에도 두가지 요인을 추가로 고려한다. 부동산 가격 및 이와 연계된 가계 부채의 증가를 보는 '금융 안정'과 '환율 안정'이다. 이를 고려할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은 고차방정식으로 바뀌게 된다. 지난 해 초를 돌아보자. 지난 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금융 위기 당시 기록했던 0. 8%의 실질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됐다. 낮은 성장은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게 되고 트럼프 취임 이후 확대된 에너지 공급으로 인해 국제유가 안정세와 겹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한은이 목표로 하는 연 2% 상승을 밑돌았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각을 세우고 있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과 의회, 대통령과 여당대표가 대립한 예는 많다. 우리 헌법이 2권 분립 대신 3권 분립을 틀로 삼았기 때문이다. 근대 입헌주의를 주도했던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이다. 영국은 의회와 다수당이 구성한 내각이 왕권을 제한하는 개혁의 길을 걸었고, 프랑스는 왕의 목을 날린 자리를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행정부가 대체하는 길을 선택했다. 전자는 의회와 내각이 사법부와 분립하는 2권 분립을 낳았고, 후자는 입법, 행정, 사법의 3권 분립을 만들었다. 미국의 입헌혁명은 영국 왕정으로부터의 독립혁명이었고, 이는 미국이 프랑스의 길을 가게 했다. 프랑스와 미국은 3권 분립의 대통령제라는 미답지를 가게 된 것이다.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기 위해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한 배경에는 이런 제도적 동질감이 있다. 우리는 미국의 영향으로 또는 왕이 이미 부재하므로 3권 분립의 길을 택했다. 3권 분립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과 의회가 병존, 경쟁하는 이중구조라는 점에서 본질적 불안정성이 있다.
요즘 '채권의 무가치함'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을 가끔 보게 된다. 2025년말부터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CP/전단채를 포함한 채권 발행잔액을 넘어선 것도 있겠지만,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자수익, 즉 캐리로 메울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자조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지표물인 국고 10년물 금리는 2025년 9월말 2. 9% 정도였다. 12월말 3. 4%까지 상승했고, 3월말 3. 8%를 거쳐 6월초에는 4. 2%를 넘어선 상황이다. 국채의 가격은 작년 4분기 3. 6% 하락했고, 현시점인 6월초까지의 누적 하락폭은 9~10%에 달한다. 국고10년물의 분기 캐리는 9bp 정도의 금리 상승만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느 구간에서도 실제 금리 상승이 캐리로 방어 가능한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자산배분 관점에서 주식과의 상관관계의 변화이다. 2021년까지는 채권과 주식의 음의 상관관계가 우세한 상황이어서, 통념과 맞게 채권의 주식 대비 헤지 기능이 극대화되었던 시기였다.
1912년 4월, 대서양을 가르던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무지가 아닌 '오만'이 불러온 비극이었다. 최첨단 설계와 강철로 '침몰하지 않는 배(Unsinkable Ship)'라고 불렸던 이 배의 선원과 승객, 모두가 눈앞의 위험 신호를 알고도 묵인했다. 기술과 경험에 기반한 예측이 과신으로 변질되는 순간, 재앙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투자 세계에서도 이런 인간의 본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한국증시를 보면 우리는 뼛속 깊이 십진법의 마법이 스며들어 있는 듯하다. 매출 1000억 원, 시가총액 1조 원, '코스피 1만 포인트'등. 우리는 특정 숫자에 특별한 서사와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한다. 지수가 새로운 고점을 만들면 다음 숫자는 자연스럽게 희망을 넘어 '확신'의 영역으로 둔갑한다. 지금 한국증시를 지배하는 내러티브도 이와 닮아 있다. AI 혁명, 데이터센터, HBM 수요 급증 같은 장밋빛 전망이 시장을 가득 채운다.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핵심 수혜국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성과 예측, 그리고 확신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1985년 뉴욕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당 900원을 넘보던 원·달러 환율은 670원으로 하락했다. 배럴당 30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도 10 달러 대로 하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8%이던 기준금리를 6% 대로 인하했다. 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3저 효과는 외채 대국인 우리나라에는 축복과 같았다. 1986년에는 만성 적자였던 우리나라가 46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호재가 겹쳤다. 대미 수출 급증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1988년에는 142억 달러에 달했다. 올림픽을 성황리에 개최한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구가했다. 경제성장률은 12%가 넘었고 시중 통화량(M2)도 한해 20% 넘게 증가했다. 1986년 200 포인트를 겨우 돌파한 종합주가지수는 1989년 봄 1000 포인트를 기록했다. 포스코 등 새로운 주력주가 등장해 1988년 한 해에만 주가지수가 73% 폭등했다. 무역 흑자와 주가 급등으로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으로 향했다. 1985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2500만 원 안팎이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도입 10년 만에 대폭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흔히 스튜어드십 코드로 불리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원칙'은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자산을 충실하게 관리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7개 원칙 중심의 가이드라인을 뜻한다.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과 관련해 주주권을 책임 있게 행사하는 내용이다. 2016년 민간 자율규범으로 제정될 당시만 해도 시장은 냉담했다. 그러나 2018년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도입을 선언하면서 변곡점을 맞이했고, 이후 249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자본시장의 핵심 규범으로 안착했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는 단순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적극적인 주주관여(Engagement) 활동으로 진화했다.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맞춰 기업의 가치 제고 계획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역할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이 2016년 1. 84%에서 2024년 4. 59%로 증가하고 주주제안이 활성화되는 등 제도 도입이 긍정적 기여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2026년은 독일과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성공적인 협력을 이어온지 40년이 되는 해다. 1986년 4월 한·독 과학기술협력협정이 체결됐고 그 이후 양국은 상호 이익을 도모하며 많은 성과를 이뤘다. 지난달(5월)말 독일 내 연구 역량이 가장 뛰어난 대학들의 총장 및 부총장 9명이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을 비롯한 다양한 논의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학계는 40년 전은 물론 5년 전과도 사뭇 달라졌으며, 기존의 확고한 믿음들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백신 및 기후연구 등 일부 주요 분야에서 학문의 자유에 기반한 연구에 대한 투자를 점차 줄이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과학기술 분야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이는 공산당의 정치적 지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독일과 한국 같은 중견국들에게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의 입지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분야가 중요하다.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국민의힘의 참패가 예상됐다. 60%에 육박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윤 어게인' 인사를 공천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퇴행적 행보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달랐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민주당 12석, 국민의힘 4석,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민주당 9석, 국민의힘 4석, 무소속 1석이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집권여당의 승리이자 제1야당의 패배다. 그러나 당초 예상대로 민주당의 압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송영길 전 대표도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지만 서울과 대구에서 패배했고, 특히 부산 북갑과 경기 평택을에서도 패배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양적 승리와 질적 패배가 동시에 나타났다. 유권자들은 퇴행과 무능에 빠진 국민의힘을 심판하는 한편, 민주당의 독주에도 제동을 걸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양당 모두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의 입구에 길게 줄 서 있다. 일부는 기다림 끝에 포기한다. 지난달 청년 고용률은 24개월 연속 하락했고, 취업자는 작년 대비 19만 명 넘게 줄었다. 20·30대의 '그냥 쉬었음' 인구는 72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선거 이후 정년연장 논의를 서두를 분위기다. 숙련 인력이 더 오래 일하게 하자, 노후의 소득 공백을 줄이자, 고령자의 존엄을 지키자는 말은 모두 옳다. 그러나 이 선의가 기업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전혀 다른 질문으로 바뀐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가. 신규 채용은 가능한가.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연금 수급 시점이 늦어 퇴직 후 소득 공백은 길어지고 있다. 정년연장 논의가 피하기 어려운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방식이다. 낡은 노동시장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숫자만 60에서 65로 옮기면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입구는 더 좁아진다. 정치권이 쉽게 던지는 정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채용과 인건비, 승진 구조와 조직의 연령 체계까지 흔드는 문제다.
지방선거 투표를 위해 선거공보물을 들여다보다 지방자체제도의 의미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지방자치단체의 종료와 조직 등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1조는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알쏭달쏭하다. 「헌법」 제117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11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정하고 있다. 이것이 전부다.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방행정을 다루는 것보다는 그곳에서 살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주고 자체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전제가 사실인지에 대해 우리는 체계적인 검토나 평가를 시행하지 않고 이 문제를 당위로 다루고 있다. 지방행정체계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 모든 지자체들은 동일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통치체제가 국가별로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제 등 각기 다른 것처럼 자치행정도 그렇게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