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쟁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 질문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문제가 노동쟁의의 대상인지에 대해 "아닌 쪽이 더 높다"고 말했다. 정부에 구체적인 기준 마련도 주문했다. 성과급은 물론 AI·로봇 도입, 생산시설의 신설·이전까지 교섭과 쟁의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실을 보면 이러한 문제의식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현장의 질문은 "무엇이 교섭의 대상이고, 무엇이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다.
개정 노조법은 노동쟁의의 정의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추가했다. AI와 산업전환이 고용과 직무를 바꾸는 만큼 노동자가 의견을 내고 협의에 참여할 통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논의의 대상, 단체교섭의 대상,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은 구별되어야 한다. 협의나 교섭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파업의 정당한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도 임금의 지급기준에 관한 문제인지, 기업의 이익 배분 구조를 구속하는 요구인지 구분해야 한다. 투자와 공장 이전, 생산방식 결정도 경영상 결정 자체와 그로 인한 근로조건의 변화를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계를 입법 과정에서 노사정이 함께 충분히 숙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 개정 과정에서는 기존 판례와 노동위원회 판단의 흐름을 반영했다는 설명이 제시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구법(舊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를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자로 보는 종전 법리를 유지했다. 이는 개정 조항이 기존 판례의 단순한 확인이 아니라 새로운 입법적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기준을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변화의 폭이 클수록 기준과 절차는 더욱 정교해야 한다. 새로운 교섭질서를 만들면서 핵심 기준을 행정해석에 의존하도록 한 것은 입법의 미완이다.
정부의 해석지침 보완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쟁의의 경계는 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 성립뿐 아니라 쟁의행위의 정당성과 민·형사상 책임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영상 결정이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의 직접성과 중대성, 예견 가능성을 법률에 명시하고, 경영상 결정 자체와 그 결정이 초래하는 근로조건의 변화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투자와 기술 도입은 경영판단으로 존중하되, 그 결과 발생하는 전환배치, 직무재설계, 교육훈련, 고용안정 대책은 교섭 대상으로 삼는 방식이다. 정보 제공, 노사협의, 단체교섭, 쟁의행위도 각각 목적과 요건이 다른 참여 수단으로 구분해야 한다.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곧바로 파업 문제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노동자의 삶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결정에는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보완입법은 개정법을 되돌리는 일이 아니다. 입법 취지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다. 권리 확대에는 그에 걸맞은 경계와 질서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법은 갈등을 키우는 장치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는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