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자본주의와 대한민국[MT시평/최준영]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6.08.07 04:00

오랫동안 투자라는 단어는 많은 이들에게 금기시되었다. 건전하지 못하고 일확천금을 기대한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근면성실에 기반한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는 사회에서 투자는 변칙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우리 사회는 특정 유형의 노동의 가치만 정당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더 많은 부를 얻고 싶은 욕구는 이러한 암묵적 동의와 사회적 압력을 뚫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어왔다. 긴밀하게 연결된 밀집된 사회에서 특정인의 성공과 부의 축적은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는 특정 분야에 대한 급격한 쏠림을 가져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 결과는 해당 자산 가격의 급등에 뒤이은 급락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주기적인 주식시장의 급등락이 대표적이다.

수십 년 간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지속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은 부동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토지, 상가, 주택 등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부동산 투자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다. 과거 잉여현금을 활용해 토지를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던 부동산 투자는 2000년대 들어와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이전과 달리 대규모 자본이 부동산에 투입되면서 주택 이외에 상가, 오피스텔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상품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개인들 역시 이전과 달라진 다양한 대출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이라는 레버리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시대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의 주택, 오피스 및 각종 상업용 건축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20년 이상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매 및 임차 모두가 개인이 주도하는 시장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주택가격의 상승을 기대한 개인의 주택구매가 신규주택 공급을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물건이 공급되면서 임대시장의 공급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임대물건이 축소되면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전세가격의 상승은 주택수요 증가로 인한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임차시장이 매매시장에 종속되는 이런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안정적인 주거환경 제공의 핵심이었지만 모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존 구도를 변화시키는데 부담을 느낀 정부와 정치권은 근본적 변화보다는 대증요법을 통한 단기적 해결책 제시를 반복해왔다. 그 결과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신규주택 공급도 안정적인 임차시장 제공도 어려워진 시장의 모습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몇 년간 코인, 주식 급등락으로 큰 비용을 치러왔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은 투자를 통한 이윤추구를 인정하되 그 과실을 적절한 수준으로 재분배하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런 원칙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자본과 투자를 바라보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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