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이 신규 채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은 데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추세가 강화된 탓이다. 경직된 노동시장도 청년 고용 부진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 결과 청년들이 실업자로 남는 대신 어쩔 수 없이 임시직을 택하면서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고용의 질적 악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2022년 6.4%에서 올해 1~9월 6.6%로 상승했으며 고용률은 46.6%에서 43.7%로 하락했다.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핵심연령층(30~59세)과 상반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 상황은 지표보다 훨씬 나쁘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대기업 상용직 등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이 좋은 일자리를 기다리며 실업 상태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용상황 악화로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이나 임시직 등 2차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일본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장기 침체로 취업 빙하기를 겪은 세대가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중장년층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80대 노부모가 50대 자녀를 부양하는 '8050 문제'라는 용어도 생겼다. 취업 적기를 놓친 청년은 전 생애에 걸쳐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 한국도 일본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청년 고용 문제는 산업구조, AI 확산, 경직된 노동시장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얽혀 있는 만큼 일자리 정책뿐 아니라 산업정책과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아우르는 처방이 필요하다. 특히 한은도 지적했듯이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 고용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청년 고용률이 낮아지는데 한국의 고용보호지수는 OECD 23개국 중 10위 수준으로 높다. 또한 기업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경력 같은 신입'을 선호하지만, 청년들은 경험을 쌓을 기회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인턴 자리조차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고 인턴 경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실무교육이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기업 채용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