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락장에 드러난 증시밸류업의 허상

[사설]급락장에 드러난 증시밸류업의 허상

머니투데이
2026.10.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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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 비관론이 확산했다. 정부 주도로 증시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폈음에도 증시 불신은 심해졌다. 미국이나 대만 증시가 최근까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것과 대조된다. 혁신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미루고 단기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데 치중한 '증시 밸류업'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심각하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200조원을 넘는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다. 이쯤 되면 "한국이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고 한 블룸버그의 경고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한국 주식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위험자산'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등 정부 실책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특정 산업에 편중된 증시 구성을 들여다봐야 한다. 코스피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업체 수익 기대감으로 유례없이 빠르게 상승했다. 급락 역시 반도체업체 이익률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의구심이 확산하면서 촉발됐다. 메모리 수요가 강하지만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둔화하면 언제든 꺾일 수 있다. 여기에 중국업체 등 후발주자의 추격 속도도 심상치 않다. 가격 상승과 투자 확대, 공급 과잉, 수익성 하락이 연이어 나타나는 사이클 산업의 숙명이다.

미국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플랫폼 생태계를 장악한 기업과 AI 반도체, 서비스 분야 혁신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반면 한국 증시는 반도체 기업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자동차·배터리 등 경기와 설비투자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조업 의존도가 높다.

자본은 증시 자체가 아니라 기업에 투자한다. 세제와 규제를 합리화하고 해외 투자자도 편리하게 한국 증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구조를 개편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자본시장에 집중된 대책의 한계도 뚜렷하다. 대체하기 어려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게 정공법이다. 신산업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고, 실패한 창업자가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기득권 보호보다 혁신과 경쟁을 우선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글로벌 자본이 한국 증시에 장기 투자하게 하는 길이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15일 장중 8%가 넘는 낙폭을 기록하며 양 시장에 연달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1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등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15일 장중 8%가 넘는 낙폭을 기록하며 양 시장에 연달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1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등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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