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한수원과 척을 지면 원자력 분야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 이후 터져나온 한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원전 산업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일 게다.
지난달 한수원은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 종료를 통보했다. 협상 종료 책임은 시공 컨소시엄에 돌렸다. 유독 시공업체만 총액확정방식의 계약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시공 컨소시엄은 총액확정방식이 아닌 단가계약을 요구했다. 신규 노형이 적용되는 이번 사업의 경우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건설은 물론 해외 원전 수출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는다. 해외 원전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건설사에겐 절대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한번 관계가 틀어지면 당장의 계약은 물론 향후 수주 기회까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한편으론 원전공사의 불확실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업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사업 과정에서 공사 지연과 추가 작업 등에 따른 비용 정산을 놓고 한국전력과 분쟁을 겪은 바 있다. 공사 과정의 불확실성에 따른 추가 비용을 인정받으려 했던 한수원이 이번에는 그 위험을 시공사에 고정가격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수원이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부담을 실제 시공을 맡는 민간 건설사에 일방적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수주 성과는 국가가 내세우고 손실 위험은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면 누가 '팀코리아'에 합류하려 할까?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결국 약해지는 건 국내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원전 수출체계를 개편해 정부가 전략을 총괄하고 한전과 한수원의 역할도 나눴다. 하지만 이때 체코 원전사업은 예외로 남았고 협상 과정에서 이견과 갈등을 중재할 시스템도 여전히 공백으로 남겨졌다.
수십조원이 걸린 원전 수출까지 어느 한쪽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손해를 떠안으라고 할 수는 없다. 팀코리아에 필요한 것은 영웅이 아니라 책임과 위험을 공정하게 나누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부재하면 이번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