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이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지금을 자동차 산업에서 일해온 이래 손꼽을 만큼 어려운 시기로 진단했다. 그 배경으로 중동 분쟁에 따른 공급망 제약과 원자재 가격 상승, 유럽·남미 시장의 경쟁 심화 등을 들었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도매판매 목표를 기존 415만대에서 400만대로 낮췄다. 자동차 부문 투자 계획도 1조 8000억원 줄였다.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5% 늘었지만 증권사들은 향후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목표주가를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신차를 준비해야 할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현대차 울산 5공장 1라인 제네시스 의장부는 신차 시험차량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이틀째 가동이 중단됐다. 글로벌 수요 둔화를 돌파할 핵심 무기인 G80 하이브리드와 G90 부분변경 모델 양산을 앞두고 투입 인력과 작업량을 결정하는 '맨아워(MH)' 협의가 난항을 겪자 노조 대의원들이 시험차량을 막아섰다. 무뇨스 사장이 신차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주문했지만 정작 출시 준비부터 내부 갈등에 막힌 셈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도 거세다. 올해 1~9월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 중 중국산 비중은 38.1%에 달했다. BYD는 지난 9월 수입차 브랜드별 판매 4위에 올랐고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샤오펑과 체리, 창청 등도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의 메시지는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한국 제조업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완성차 업체의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부품 협력업체와 철강·배터리 등 연관 산업에 영향을 미쳐 생산 기반과 양질의 일자리, 수출과 성장까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현대차 경영진은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가 납득할 가격과 상품성으로 선택을 받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설 기술 혁신과 공급망 효율화가 관건이다. 노조 역시 신차 투입을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벗어나 생산 유연성과 생산성 향상에 힘을 보탤 때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국내 투자와 생산 확대를 유도할 '국내 생산 전기차 세액공제(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입법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