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수십억 원의 교비를 횡령한 사립대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 학교는 교비 수백억 원을 다른 곳에 전출했으나 교육당국은 이를 적발하고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아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사회 각 부분에 쌓인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밝힌 가운데 중앙부처의 이런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다수의 대학병원을 가진 한 사립대의 회계부분감사 결과에 따르면, 모두 14건의 각종 비위 사실이 교육부에 적발됐다.
현행 사립학교법 29조는 교비회계 수입은 부속병원회계 등 다른 회계에 전출할 수 없게 아예 못 박았다. 그러나 이 사립대는 부속병원 5곳의 임상교원 인건비 535억6939만원(656명)을 '부속병원회계'가 아닌 등록금으로 구성된 '교비회계'로 떠넘겼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11년 '임상교수 인건비를 아무 제한 없이 교비로 지급하는 것은 의대생 외에 다른 학생들의 등록금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금지했다. 교육당국은 무려 5년이 지났는데도 이에 대한 지도·감독 방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여태껏 방치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가운데 498억3404만원을 부속병원회계에서 교비회계로 뒤늦게 채워놨지만 나머지 37억3535만원은 '미수금'으로 처리해 교비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이는 명백한 교비횡령인데도 교육부의 징계는 경고, 시정을 내리는데 그쳤다.
수도권의 한 주요 대학 경영학과 교수(재무학)는 "교육당국이 사립대의 교비횡령을 방치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감사원의 지적을 수년째 무시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교육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또 교직원에게 보수규정에도 없는 성과급 25억496만원을 지급하고, 법인회계에서 나가야 할 소송비 2640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쌈짓돈 쓰듯이 빼썼다. 이들 전부 경고, 시정, 통보 등 경징계 처분만 받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통상 부속병원 같은 경우에는 임상교원이 교수이기 때문에 교비회계에서 인건비가 나가기도 한다"며 "미수금을 법률적으로 해석하면 교비횡령으로 볼 수는 있지만 대학과 부속병원의 운영방식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박근혜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기조에 비춰볼 때 교육부의 이번 감사 결과나 처분은 상당히 미흡하다"며 "일단 감사원이 문제 삼은 교비를 전용해 미수금이 발생한 것은 교비횡령으로 해석할 여지가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