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중 학생에 대한 약물 수시 투약을 학교 보건교사가 보조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보건 관계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은 23일 "소아 당뇨 학생을 도우려는 선한 취지에는 공감하나 의료법의 시각지대에서 학생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고 법적 직무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1일 '학교의 장은 보건교사로 하여금 학생이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른 투약행위를 할 때 이를 지원, 보조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은 학부모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소아당뇨병환자의 경우 수시로 혈당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므로 학교 보건교사가 이를 지원토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에 대해 김미경 보건교육포럼 수석대표는 "보건교사에게 사실상 진료행위를 맡기는 법안인데 보건교사단체들과의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의사들이 문제없다고 하더라'는 식의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보건교사의 현행법적 직무(학생 보건교육과 건강관리) 수행 부담과 부모가 직장도 그만두고 돌봄에 전념해야 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점 등을 고려해 치밀한 응급 대처 시스템부터 구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민수 보건교사(동자초)는 "이 법을 보면 소아당뇨병 환자의 자가 주사를 의사처방에 대한 간단한 주사행위처럼 오해한 듯 하다"며 "초등 소아당뇨병 학부모의 경우, 대부분 교대로 24시간 예의주시하며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가 처방한 인슐린 용량도 그대로 주사하지 않고 아이의 상태를 긴밀하게 관찰해 임의로 조정해 주사하는 실정"이라며 인슐린 투약이 간단한 주사행위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세심한 관찰을 토대로 시술돼야 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부모나 병원이 담당하던 인슐린 투약을 아무런 조정권한이나 응급대처 시설도 없이 보건교사에게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윤미 보건교사(봉수초)는 "보건교사에게 의사가 처방한 학생의 '자가 주사'를 보조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며 "보건교사가 직접 책임을 지고 주사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우 교사는 "의료기관내에서만 진료를 하도록 한 의료법을 개정해 의사가 학교를 방문해 주사하게 하거나 보건교사에게 진료권한을 주고 보건교사 2인 배치와 응급시스템 등을 갖추는 고려없이 진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의료진들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의료인 A씨는 "책임 소재를 누가 질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부모들은 자신들이 겪는 돌봄의 고통을 일시적으로 보건교사에게 넘기는 것에 대해 환영하기 쉽겠지만, 응급대책이 취약한 학교에서 막상 사고가 터질 경우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지 불분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자가 중태에 빠지거나 죽음에 이를 경우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
해외의 경우에도 진료행위가 되는 소아당뇨 주사는 보건교사에게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교육포럼 측은 "일본의 경우에도 학교에서 알러지 발생 시 응급 에피펜 주사 사용은 허락하고 있지만, 진료행위가 되는 소아당뇨 주사는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되 현장의 보건교사 단체, 학부모 등과의 열린 토론을 통해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와 합의해 예산과 인력이 반영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