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말 따르라" "뉴스 보라" 현실과 먼 '지진 행동지침'

최민지 기자
2016.09.13 16:07

[경주 5.8 최강 지진]누리꾼 "지진 일어나도 교사는 자율학습 지시" 분통

황교안 국무총리가 13일 경북 경주시청에 마련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지진대응 점검회의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전일 발생한 경주 지진 당시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대피시키지 않았던 교사들의 대처가 비판받는 가운데 교육당국이 한번 더 "교사 지시를 따르라"며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지침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지진 대비 학생 안전예방 조치 실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등을 학교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내놓은 '수업 중 지진이 발생한 경우 행동 요령'에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피난 경로를 따라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와 함께 재난 후 행동 요령으로 "긴급사태 관련 뉴스를 주의 깊게 듣는다" 등의 사항을 안내했다.

하지만 실제로 전일 지진을 겪었던 학생들은 학교와 교사가 대피 지시 대신 "교실에 남아있으라"는 내용만 반복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생은 12일 지진 발생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학교가 지진이 났는데도 학생들에게 가만히 자습을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학교가 (첫 지진 후) 3학년 학생에게 자습을 강요했다"며 "심지어 교감은 1차 지진 이후 1~2학년과 함께 바로 귀가했으며 2차 지진이 난 뒤에야 선생들이 대피하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부산의 또 다른 고교가 지진 직후 학부모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하며 같은 주장을 했다. 문자를 보면 이 학교는 규모 5.1의 첫 지진 발생 이후 "현재 학생들은 아무 이상 없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하자 뒤늦게 "지진이 거듭되는 관계로 현재 학생들은 가장 안전한 운동장에 안전하게 대피 중이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뉴스를 주의깊게 들어라"는 요령도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 지역의 직장인 박모(32)씨는 "회식하다가 지진으로 인해 갑자기 카카오톡이 먹통이 돼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당황했다"며 "스마트폰 인터넷도 안 되는데 뭘로 뉴스를 보라는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의 초등교사 김모(31)씨는 "평소 학교에서 지진 대피 훈련을 할 때 방송실에서 스피커로 학생들에게 대피하라는 공지를 하는데 이 역시도 건물이 무너지면 불가능한 일 아니냐"면서 "학생들은 뉴스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운동장으로 대피할텐데 이 같은 행동요령을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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