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살인사건

2018년 6월16일. 전라남도 강진군에서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이양(당시 16세)이 아르바이트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 이양은 실종 8일만인 24일, 해발 250m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양은 실종 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버지 친구 김씨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기로 했다"고 친구에게 알렸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이양 부모는 김씨의 집을 두들겼다. 김씨는 그대로 도주했고 이튿날 찾아낸 김씨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뒤였다. 유족은 가해자에게 범행 동기는 물론 딸의 마지막을 물어볼 기회도 잃어버렸다.

김씨(당시 51세)는 이양의 아빠 친구로 평소 가족끼리 친분이 있었다.
사건 발생 약 일주일 전, 김씨는 이양의 학교 앞을 찾아가 이양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그는 이양에게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만 이양은 사건 전날 친구에게 SNS 메시지로 자신이 위험할 수도 있다며 "내일 큰일이 나면 신고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양은 사건 전날 아빠와 함께 김씨를 만나 식사했다.
CCTV로 동선을 추적한 결과 이양은 실종 당일 오후 2시쯤 김씨와 한 공장에서 만났다. 이양은 김씨가 타고 온 차를 타고 공장을 빠져나갔고, 같은 날 오후 4시24분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김씨의 차량은 이양의 집이 있는 성전면에서 도암면을 거쳐 다시 군동면에 있는 저수지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가 귀가한 것은 그날 저녁 9시33분쯤이었다.
이양의 부모가 찾아오자 김씨는 가족들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하고 황급히 달아났다. 이양의 부모는 실종신고를 하고 김씨를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김씨는 이튿날 자택 근처 공사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이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보고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600여명의 수색 인원과 드론, 헬기를 동원해 실종 8일 만에 이양을 찾았지만 싸늘한 시신으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이양의 시신은 옷이 모두 벗겨진 채였고 머리카락이 길이 1cm 남짓 '스포츠형'으로 잘려져 있었다. 부검 결과 수면 유도제인 졸피뎀 0.093㎎이 검출됐다.
독자들의 PICK!
경찰은 김씨가 범행 이틀 전 졸피뎀 28정을 병원에서 처방받은 것을 확인했다. 또 김씨의 집과 차에서 이양의 DNA가 묻은 전기이발기와 낫을 발견했다. 다만 블랙박스는 꺼져있던 상태였다.
사건 당일 이양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와 김씨의 동선도 일치했다. 김씨는 타고 갔던 차를 세차하고 집으로 돌아와 옷과 가방 등을 소각했다. 이는 이양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김씨가 이양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단독·계획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김씨는 보신탕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이양에게 보신탕에 들어갈 약재를 산에서 캐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씨가 사망하면서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성범죄'가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네 주민들은 김씨에게 4명의 사실혼 관계 여성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이들 중 한 명과 혼인신고를 한 상태였다.
김씨는 이전에도 야산에 약초를 캐러 가자며 부녀자들을 유인해 성폭행한 전력이 있었다.
특히 김씨는 사건 당일인 이 양을 만나기 바로 2시간여 전 내연녀와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에서 성관계를 가지며 미리 욕구를 푸는 등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수사를 지휘한 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살인이 직접적인 목적이 아니라, 성범죄를 목적으로 한 범행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성범죄를 저지르다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양의 머리카락이 잘린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장치"라고 해석했다. 머리카락이 짧게 깎인 시신이 부패하면 성별 구분이 어려워 수사가 늦어지는 점을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다른 용의자들도 조사했으나 결정적인 물증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사건 발생 석 달 만인 9월11일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유서도 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김씨에 대해 더 이상의 수사도 처벌도 불가능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