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보고 죽으라는 것이냐" 어린이집 '등원 포비아'

오정은 기자
2020.02.24 13:41

코로나發 '보육대란'…"보낼 수도 없고, 안 보낼 수도 없고" 워킹맘 '발 동동'

20일 오전 대구광역시 '코로나19' 확진자 34명 중 어린이집 교사가 소속된 동구 하나린 어린이집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사진=김휘선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유‧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연기되자 네이버 최대 맘 카페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갑작스런 휴원으로 워킹맘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 맡길 곳을 찾는데 한 회원이 "코로나19 와중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애보고 죽으라는 것이냐"고 글을 써 수많은 엄마들의 공분을 산 것.

4살 여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회사를 다니는 오모씨(38·서울 강서구)는 "나도 아이를 가정보육하고 싶지만 회사에서 연차를 맘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2주나 되는 기간인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휴원 기간이라도 받아준다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1주일 연기되면서 워킹맘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아이를 맡길 마땅한 곳을 마련하지 못했는데 2주에 걸친 휴가를 쓰기도 여의치 않아서다.

◇"도우미도 못 믿는다"…신천지 코로나 '공포'=전일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정부가 심각 단계를 발령한 것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사태 이후 11년 만이다.

전일 문재인 대통령은 감염병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해 나간다고 밝혔다. 이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및 각종학교의 개학을 2020년 3월2일에서 3월9일로 1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범부처 유학생 지원단 협의회를 마친 후 학사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3월 신학기 개강 시기를 4주 이내에서 대학이 조정할 것을 권고한다"며 "원격 수업을 적극 활용하고 수업 결손은 보강이나 원격수업, 과제물 대체 등으로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사진=이동훈 기자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해 유치원은 이미 방학 중인 곳이 많았으나 개학 예정일인 3월2일이 3월9일로 1주일 연기되는 것은 애를 맡길 곳이 없는 워킹맘들에겐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집단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라 자식을 둔 일하는 부모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신천지를 믿는 아이 돌보미가 올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며 낯선 사람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돌았다.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돌보미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

현재 휴원·방학하지 않은 전국의 유치원·어린이집은 정부의 추가 지침을 기다리는 중이다. 전면적인 휴원을 실시할지, 워킹맘 아이들만 제한적으로 받아 어린이집·유치원을 운영할지를 결정해야 해서다.

◇임산부는 재택근무…연차 소진은 자유?=현재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우한폐렴으로 인한 휴원, 휴교시 맞벌이 가정의 보호자 1인에게 휴가를 보장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청원 신청자는 "돌봄서비스가 필요한 가정에 한해 등원해도 된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휴원조치까지 내려졌는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수 없다"며 "휴원으로 인한 가정보육 필요시 보호자 1인에 한해 무상휴가를 보장하는 방법을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가 평택 지역에서 나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임시 휴원 조치가 내려진 2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놀이터가 텅 비어있다./사진=김휘선 기자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가정보육으로 인한 휴원시 '연차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정도의 조치만 취한 상태다.

아모레퍼시픽 등 일부 기업에서는 임산부의 재택 근무 조치를 내리는 등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 있는 근로자에게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일부 근로자는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고려 중이다. 가족돌봄휴가는 올해 1월1일부터 가족의 질병·사고·노령 또는 자녀 양육을 이유로 최대 10일까지 쓸 수 있는 무급 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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