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너지는 지붕 보면서도 손 못써…다음 태풍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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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3 12:50

제9호 태풍 마이삭 지나가며 제주 농·어가 피해 속출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오현지 기자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제주 제주시 어음리의 한 상추밭 하우스가 강풍에 쓰러진 모습. 지난 2일 밤 한라산에 1000mm가 넘는 폭우와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을 동반한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제주를 통과하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4시까지 접수된 태풍 관련 피해 신고는 총 616건이다. 2020.9.3/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오현지 기자 = “지난 태풍 ‘바비’ 때는 괜찮았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

3일 오전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한 상추 재배 농가.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몰고 온 비바람에 하우스가 무너져내렸다.

약 1500㎡ 면적의 하우스 2개동이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철재가 뒤틀리고 비닐은 뜯겨졌다.

무너진 하우스 아래에는 심은 지 오래되지 않은 상추들과 묘종이 나뒹굴고 있었다.

지난밤 매섭게 부는 강풍에 걱정이 됐던 A씨 부부는 이른 아침부터 상추밭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하우스의 처참한 모습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A씨는 “지난 태풍 때까지는 하우스가 잘 버텨줬지만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니 허망하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2일부터 3일 새벽 사이 태풍 마이삭은 초속 50m에 달하는 강풍을 몰아쳤다. 고산지점은 최대순간풍속 초속 49.2m로 역대 6위 기록을 남겼다.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제주 제주시 어음리의 한 상추밭 하우스가 강풍에 쓰러진 모습. 지난 2일 밤 한라산에 1000mm가 넘는 폭우와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을 동반한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제주를 통과하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3일 오전 4시까지 접수된 태풍 관련 피해 신고는 총 616건이다. 2020.9.3/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태풍 마이삭은 제주 농가 곳곳에 적지 않은 피해를 남겼다.

애월읍 봉성리에서 양배추를 재배하는 B씨는 “지난달 17일 심은 양배추들이 비바람에 뿌리를 드러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B씨의 밭 곳곳에는 양배추가 흙 밖으로 뿌리를 내놓고 힘없이 흔들거렸다.

강풍 피해가 발생한 곳은 제주 농가뿐만이 아니었다.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도로에 위치한 광어 양식장 지붕은 철재 이음새가 전부 부러지며 풀썩 주저앉아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내려앉았다면 수조를 정면으로 덮쳐 광어들이 전부 폐사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키우는 광어만 30만 마리에 달한다.

제 9호 태풍 '마이삭(MYSAK)'이 지나간 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광어 양식장 지붕이 강풍에 무너져 있다.2020.9.3/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양식장 소장 C씨(54)는 수년째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강풍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늦은 밤과 새벽에도 양식장에 나와 피해상황을 점검한 C씨는 지붕이 무너지는 상황을 보면서도 손 쓸 방도가 없어 애만 태웠다.

그는 “다행히 물, 산소 공급라인은 멀쩡해서 폐사는 피했지만 지붕 없이 햇빛에 노출되고 먹이도 잘 못 먹게 되면 최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간신히 생명유지만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불경기에 역대급 태풍까지 겹치며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이번 피해로 코앞에 둔 출어를 놓칠까 노심초사다.

설상가상 오는 6~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까지 북상할 것으로 예고돼 지붕을 당장 수리할 수도 없는 상태다.

C씨는 “태풍 하이선까지 지나가야 복구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은 그저 잘 버텨주기만 바랄 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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