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루 5~6번 방역복 갈아입고 땀범벅…욕먹고 쫓겨나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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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6 13:46

7개월간 최전선서 사투 광주 북구 보건소 의료진들
방호복 입고 방문했다가 되레 시민 항의 받기도

지난 4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아파트에서 북구보건소 의료진들이 방문 검체 채취를 하고 난 뒤 소독하고 있다.2020.9.4/뉴스1 © News1 정다움 수습기자

(광주=뉴스1) 정다움 수습기자 = "더운 날씨에 방호복 입고 검체 채취하려다가 이를 본 시민들이 화들짝 놀라서 항의하기도 하고, 일부 자가격리자들에게 욕먹고 쫓겨난 적도 있어요."

5일 오전 9시30분쯤 광주 북구 문흥동 한 아파트에 북구보건소 보건행정과 의료진인 박선영씨와 김소현씨가 도착했다.

이들은 선별진료소 방문이 어려운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직접 자가격리지를 방문해 검체를 채취를 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

이들의 손에는 레벨D 방호복과 고글, 발 덧신 등이 들어 있는 의류 가방과 방문 검체 채취 시 사용할 검사 진단 키트가 담긴 아이스박스 등이 들려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가격리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층으로 이동하자 이들은 가장 먼저 인적이 드문 비상구로 이동했다.

방호복으로 갈아입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자가격리자들이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와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방호복을 미리 입고 오면 마주치는 주민들이 놀라기도 하고, 자가격리자들의 민원이 잇따른다는 것이 두 사람의 설명이다.

이윽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색 레벨D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을 한 박씨는 자가격리자의 집으로 들어가서 10여분간 검체를 채취했다.

채취를 마친 뒤 자가격리자에게 방역수칙 등을 안내한 뒤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아이스박스에 채취한 검체 케이스를 넣었고, 대기 중이던 김씨는 소독약을 뿌리는 등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

검체 채취를 진행했던 박씨는 머리부터 발까지 순차적 착용한 방호복을 벗어 쓰레기봉투에 넣어 밀봉했다.

이들은 "방문 검체 채취를 할 때도 언제나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며 "한번 입었던 방호복은 소독한 뒤에 버린다. 다녀간 곳도 혹시나 문제가 생기지 않게 소독을 한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서 이뤄진 두번째 방문 검체 채취 작업도 동일한 순서로 진행됐다.

다만 이번에는 김씨가 검체를 채취하고, 박씨가 소독작업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는 중에 마을 아파트 주민을 만나 곤욕을 치렀다.

의료진들이 비상구에서 방호복을 갈아입던 도중 엘리베이터에서 마을 주민이 내렸고, 주민은 의료진을 보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확진자가 나온 거냐"고 물었다.

이에 의료진은 "확진자가 나온 것이 아니라 자가격리자 검체를 채취하러 왔다"고 설명하며 주민을 안심시켰지만 아파트 주민은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레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더운 날씨에 하루 5~6번의 방호복을 갈아입어야 해 체력적으로 한계에 왔지만 이들이 가장 힘든 것은 주민들을 비롯한 일부 자가격리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라고 토로했다.

박선영씨는 "방문 검체 채취를 하다 보면 두꺼운 방호복과 무더위로 땀범벅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방호복을 한번씩 갈아입을 때마다 힘들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게 힘든 것은 자가격리자들이 검체 채취에 협조하지 않을 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방문 검체 채취를 하러 자가격리자 집에 들어가면 다짜고짜 욕을 하며 쫓아낸 적도 많다"며 "또 검체 채취를 위해 여성 의료진 홀로 집에 들어가는데 옷을 벗고 있는 남성 자가격리자들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4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아파트에서 북구보건소 의료진들이 방문 검체 채취를 하고 난 뒤 소독하고 있다.2020.9.4/뉴스1 © News1 정다움 수습기자

가족들의 걱정도 크다고 했다.

박씨는 "4살 아이가 있다. 코로나19 현장에서 일하다보니 가족들에게 전염이 될까봐 걱정된다"며 "가족들도 날마다 제가 감염될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11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일이 많다보니 평일에는 아이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볼 때가 많다. 아침에도 아기가 깨기전에 출근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아이를 보면 차마 출근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아침에 아이의 얼굴을 보지 않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주말에도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아이랑 놀아주지도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소현씨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지역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방문 검체 채취로 진이 빠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보건소 의료진들은 오늘만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끝나겠지라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소 의료진들은 날마다 환자 관리와 자가격리자 모니터링, 역학조사 등 다방면으로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힘쓰고 있다"며 "시민들도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보건소는 지난 2월부터 자차가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자택을 직접 방문해 검체 채취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 북구보건소는 역학조사팀과 선별진료팀, 방문검체팀으로, 자가격리 관리팀으로 나눠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일주일 단위로 근무표가 작성돼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역학조사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에는 보건소 직원 158명이 순번제로 투입되고 있다.

역학조사팀의 경우 환자가 발생하면 24시간 내내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선별진료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데 재난문자메시지가 발송되거나 확진자 발생 동선이 공개돼 검사의뢰가 많은 경우에는 밤 늦게까지 근무가 이어진다.

5일 기준 광주 북구 자가격리자 수는 확진자 접촉자 1097명, 해외입국자 126명 등 총 132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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